제목 | [연중 제12주간 금요일,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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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6-28 | 조회수143 | 추천수3 | 반대(1) 신고 |
[연중 제12주간 금요일,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 마태 8,1-4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레위기 13,45-46에 따르면 나병환자는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고, 윗수염을 가림으로써 자기가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음을 드러내야 했습니다. 또한 공공장소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갈 수 없었고, 다른 사람과 접촉할 수도 없었습니다. 혹시 누군가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면, “나는 부정한 사람이오.”라고 외쳐서 그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고해야 했습니다. 그래야 그 사람이 자기로 인해 부정해지는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나오는 나병환자는 어찌된 일인지 예수님 일행을 피해 달아나는게 아니라, 오히려 예수님 가까이 다가가 무릎을 꿇고 원하는 것을 청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요.
우리는 바로 이 대목에서 구약의 율법과 예수님께서 강조하신 사랑의 복음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구약의 율법은 ‘금지의 법’이기 때문에 나병환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금지할 뿐, 그를 치유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은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율법을 철저히 지킨다한들 아무 것도 달라지는게 없지요. 하지만 예수님이 강조하신 사랑의 법 즉 복음에서는 그가 나병환자이기 때문에, 육신의 질병으로 고통받는 가련한 처지 때문에 예수님을 찾고 그분을 만나 치유를 받습니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는 주님 말씀대로, 우리의 부족함과 잘못이 그분께 나아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분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이자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러니 부족함과 잘못을 핑계로 주님께로부터 숨으려 들지 말고, 그분께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내 영혼의 참된 의사이신 주님 앞에 내 모든 걸 솔직하게 드러내 보여드리고 그분께서 주시는 처방전대로 충실히 따라야 합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주님을 바라보았기에, 그분께 이렇게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 병을 고쳐달라고 주님께 떼를 쓰거나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분께서는 자신을 깨끗하게 하실 수 있다는 ‘믿음’을 고백할 따름입니다. 선택과 결정은 주님께서 하시는 것이 옳고 그것이 자신에게도 가장 좋은 길이라 믿으니 그저 따르겠다는 것이지요. 길을 모르는 사람이 원하는 목적지에 가려면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잘 따라야 하듯, 어떤 것이 참된 행복과 구원의 길인지 잘 모르는 자신은 주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겸손과 순명의 자세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그런 마음으로 바치는 기도에 반드시 가장 좋은 몫으로 응답해 주실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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