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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산대사의 해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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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24-06-29 조회수169 추천수3 반대(1) 신고

 

서산대사의 해탈 시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구인가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구인가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구인가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거기서 거 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가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맨 돈 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 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 하겠소.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

묶어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마는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오.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냥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니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

모두 그와 같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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