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의 출생이 과거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었는데, 저출산 시대인 요즘은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마을 주민 전체가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다들 아이 얼굴 구경하러 가고, 마을 입구에는 축하 플래카드까지 내걸립니다. 사실 이게 정상인데, 그동안 우리는 비정상이 정상이 시대를 살아온 것 같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청춘 남녀들이 결혼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는 시대를 살다 보니, 결혼식이 거행되고, 주님 안에 한 커플이 탄생하는 것이 엄청난 일로 여겨집니다. 요즘 우리 모두 새삼스럽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결혼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 혼인이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고, 두 가문이 만나고, 두 가치관과 두 세상이 만나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혼자 살아왔는데, 이제는 함께 걸어줄 동반자가 생긴 것입니다. 생사고락을 함께 할 평생 동지가 생겼으니 이 얼마나 큰 축복이요 기쁨인지 모릅니다. 이토록 기쁨 충만한 혼인 잔칫날에 어두운 표정으로 인상 쓰고 있다면 예의에 크게 어긋나는 일일 것입니다. 잘 차려진 축하연에 단식한다며 숟가락조차 들지 않고 우울하게 앉아있다면 그것보다 더 꼴불견은 다시 또 없을 것입니다. 혼인 잔치의 가장 기본적인 분위기는 축제입니다.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며 축제를 즐기고 만끽하는 것은 혼인 당사자 입장에서 가장 기분 좋은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딱 마음에 드는 짝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우리를 위해, 우리 교회 공동체를 위해 세상 멋진 신랑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예수님의 육화강생은 그분과 이 세상, 그분과 그분의 신부인 교회, 그분과 우리 죄인의 혼인을 의미하는 대 사건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우리가 봉헌하는 매일의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는 주님과 매일 새롭게 결합되고 한 몸이 됩니다. 매일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주님과 우리 사이의 혼인을 갱신하는 것입니다. 세례 성사를 통해 주님과 혼인한 우리는 매일의 성찬례를 통해 그 혼인을 갱신한다니, 이 보다 더 큰 은총과 축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따라서 주님과 함께 시작하는 하루 하루는 매일이 기쁨 충만한 축제여야 마땅합니다.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우리의 이 지상 순례 여정이 비록 고통과 시련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매일 주님과 혼인하고, 그 혼인을 갱신하는 우리들이니, 얼굴을 활짝 펴고, 기쁨과 감사의 노래를 부르면서 축제를 만끽해야 하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