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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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7-11 | 조회수73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 마태 10,7-15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오늘 복음은 사도들을 선발하시어 특별한 소명을 맡기고 파견하시는 어제의 복음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사도인 우리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감으로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드러내야하는지 그 구체적인 실천사항들을 알려주십니다.
첫째,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입고 먹고 쓰며 누리는 모든 것은 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무상으로 베풀어주신 ‘선물’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 사실을 자꾸만 망각한 채 더 좋은 것들을 더 많이 쌓아두려고 듭니다. 하지만 ‘쌓아놓으면 쌓아놓을수록 줄 것이 없는 법’입니다. 여유가 있고 조건이 갖춰져야만 나누고 베풀 수 있는게 아니라, 먼저 주다보면, 주면 줄수록 더 줄 것이 생기고 줄 수 있는 능력도 커지지요. 그래서 주님은 우리에게 조건 없이 아낌 없이 베풀라고 하시는 겁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잠시 맡겨주신 것들을 욕심으로 독점하지 말고 그분 뜻과 영광을 위해 잘 사용하라고 하십니다.
둘째, ‘아무 것도 지니지 마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무소유’의 개념이 아닙니다. 부족하고 약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들이 있지요. 중요한 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탐욕’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필요한 모든 것을 미리 다 채워두려는, 그리고 채워둔 그 물질적인 것들에 기대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일입니다.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부유해져서는 안됩니다. 가난함이 있어야 하느님을 간절히 찾을 수 있고, 그분 섭리 앞에 겸허히 설 수 있으며, 내가 받고 누리는 것들에 감사하며 기쁘게 살 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느님 뜻에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나에게 꼭 필요하고 정말 중요한 것은 그분께서 알아서 채워주실 것입니다. 하느님은 당신 일꾼을 먹이시고 보살피시는 자비로운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 자비와 섭리를 굳게 믿어야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만족할 줄 알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 기대하며 살 수 있게 되지요. 그러려고 하는게 신앙생활입니다.
셋째, 사람들과 함께 ‘머무르라’고 하십니다. 남이야 어찌되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만이라도 ‘함께’ 사는 삶을 살라는 뜻입니다. 누군가 힘들어할 때 함께 있어주고, 이웃이 겪는 슬픔과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그것을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사랑과 호의로 기꺼이 나누려는 모습을 보일 때, 사람들은 그런 우리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그분의 사랑과 자비를 느끼고 깨닫게 될 것입니다.
넷째, 집착과 미련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하십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한만큼의 결과가 따라와야 한다는 집착을 내려놓으라고 하십니다. 지금 당장은 나의 노력이 헛수고인 것처럼 여겨져 허무하겠지만, 내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한 그 일의 효과는 그분의 섭리 안에서 돌고 돌아 부메랑처럼 나에게 되돌아 올테니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하십니다. 또한 내가 좋은 의도로 한 일이 사람들에게 오해받거나 배척당하더라도, 내 기대나 바람과 다른 그 결과를 마음 속에 담아두고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말고 발의 먼지를 털듯이 훌훌 털어버리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공정과 정의로 갚아주실테니 굳이 내가 분노라는 뜨거운 돌덩이를 손으로 붙잡고 괴로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우리가 이 네 가지 실천사항을 충실히 지키며 산다면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심판의 날을 걱정과 두려움이 아닌 기쁨과 희망 속에서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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