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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5주간 월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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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15 조회수81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5주간 월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 마태 10,34-11,1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왠지 모르게 이 말씀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습니다. “~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인간이 살면서 가장 크게 애착하는 관계인 부모나 자식보다 주님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뜻인건 알겠는데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라는 표현이 왠지 마음에 거슬렸던 겁니다. 그래서 그 원문의 뜻을 찾아보니 우리말 번역이 아주 ‘순한 맛'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그리스어 원문은 “나에게 가치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를 좀 더 센 말로 표현하면 ‘가족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필요없다'는 아주 차갑고 매정한 뜻이 됩니다. 주님을 적당한 선에서 대충 사랑하려는 안일한 마음을 품었던 우리로 하여금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말씀이지요.

 

주님은 우리에게 당신과 맺은 믿음과 사랑의 관계가 혈연 같은 인간적 관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팔이 안으로 굽는' 존재, 본능적으로 ‘가족'을 우선시하고 챙기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하나로 맺어주실 때 사랑으로 서로에게 끌리게 만드셨으니 그렇게 서로에게 끌린 남녀가 자녀를 낳아 형성된 가족이라는 관계가 끈끈하고 단단한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 겁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가족간의 사랑보다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진정한 사랑이 있으니 바로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과의 사랑입니다. 우리가 믿고 희망하는 구원이 바로 하느님과 사랑으로 온전히 일치되어 그분과 함께 참된 행복을 누리는 것이기에 그렇지요. 하느님과 사랑으로 일치되려면 자기 자신과 가족의 안위만 추구하는 육적인 애착관계에서 한 걸음 멀어져야 합니다. 그렇게 한 걸음 멀어진다고 해서 그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뜻 안에서 객관적으로 관계를 바라보며 서로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성숙한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지요.

 

나의 사랑이 육적인 애착관계를 넘어 하느님과의 사랑이라는 더 넓은 차원으로 확장되면 사랑을 대하는 나의 시야도 그만큼 넓어집니다. 그동안은 나만 그리고 나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만 바라보느라 미처 그 존재의 중요성과 의미를 깨닫지 못했던 하느님의 사람들, 그분께서 나를 위해 특별한 소명을 맡기고 파견하신 이웃 형제 자매들과도 참된 사랑의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우리 사랑의 수준이 그 정도에 이르면 예언자나 의인처럼 대단한 존재가 못되더라도 그들이 받을 상을 받게 됩니다. 이웃 형제 자매를 사랑으로 내 안에 받아들임으로써 그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그리고 그 예수님을 나에게 보내신 하느님을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언자와 의인이 받을 상이란 다른 게 아니라 하느님과 사랑으로 일치하여 그분을 닮은 거룩하고 완전한 존재로 변화되어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환자가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으려면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하듯, 인간적으로 익숙해지고 편안해진 관계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안에 안주해버린 관계를 끊어내려면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좋은게 좋은거'라는 세상의 안일한 평화가 아니라, 나의 나태함과 안일함을 도려내기 위한 회개의 칼을 주러 왔다고 하십니다. 세상이 주는 물질적인 부와 편리함 뿐만 아니라, 내가 애착하는 관계 더 나아가 나의 소신과 가치관 마저도 주님을 따르는데에 걸림돌이 된다면 과감하게 끊어버리라고 하십니다. 세상은 우리가 적당히 타협하고 안주하며 살기를 바라지만, 주님은 우리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라고 똑부러지게 답하기를 바라십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주님의 뜻을 따랐다면 결과는 그분께 맡기면 됩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괴로워도 주님께서 반드시 가장 좋은 몫으로 되돌려 주실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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