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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6주일 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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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21 조회수110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16주일 나해] 마르 6,30-34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신 기적을 일으키시기 전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군중들이 얼마나 큰 열정과 간절함으로 예수님을 따랐는지, 그리고 그런 군중들을 예수님께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바라보셨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그분이 사랑의 기적을 일으키시도록 그 때와 분위기가 무르익는 모습이 보이는 겁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도입부분을 보면 예수님은 원래 제자들과 함께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려고’ 하셨습니다. 당신이 맡기셨던 ‘하느님 나라’ 선포의 사명을 무사히 수행하고 온 제자들이 힘들고 지친 몸을 좀 쉬게 하시려고, 그리고 제자들이 자기가 한 일들을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신앙의 관점으로 찬찬히 돌아봄으로써 그들의 믿음이 더 깊어지도록 ‘심화’할 시간을 가지시려고 하신 것이지요. 하지만 그게 참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예수님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분께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신 예수님은 그들을 생명의 길로 이끄는 참된 목자로서 지니신 마음가짐을 보여주시는데 첫째는 지친 제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요, 둘째는 몰려든 군중들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며, 셋째는 그들을 가르치는 ‘스승의 마음’입니다.

 

먼저 예수님의 배려하는 마음을 살펴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 중심적이기에 자기가 힘들거나 피곤하면 다른 이의 입장이나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당신 자신보다 다른 이들을 먼저 생각하시는 분이지요. 제자들을 배려하시는 모습을 봐도 그렇습니다. 물론 그들이 예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수행하고 오느라 지치고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들이 없던 순간에도 당신을 찾아오는 수많은 군중들을 홀로 맞이하시느라 예수님이 더 지치고 피곤하셨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도 제자들이 휴식을 취하여 지친 몸을 좀 회복할 수 있도록, ‘외딴 곳으로 가서 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들은 제자들은 예수님이 신경쓰여서 쭈뼛거리며 자리를 뜨지 못했고, 이에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배를 타고 나가십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들을 외딴 곳에서 쉬게 하시려는 데에는 다른 의도도 숨어 있었습니다. 세상과 거리를 두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 머무르면서, 그분의 시선으로 자기들이 한 일을 돌아보게 만들려고 하신 겁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요. 바쁘게 일에만 쫓기다보면,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신경쓰다보면 그 일이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 일 안에서 하느님이 어떻게 섭리하시며 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끄시는지를 돌아보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리기에, 때때로 따로 시간을 내어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고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 깊이 머물러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다른 이를 안쓰럽게 바라보시며 가엾이 여기시는 마음을 살펴 봅니다.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당신이 미리 봐두셨던 곳으로 가신 예수님은 그곳에서 크게 당황하시게 됩니다. 사람들 없는 ‘외딴 곳’일 줄 알았던 그곳이 수많은 군중들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보고 싶은 마음에 수 킬로미터를 달려서는 그분 일행보다 먼저 그곳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예수님은 그런 그들을 측은하게 여기십니다. 세상살이가 얼마나 힘겨웠으면, 어떻게 살아야할지가 얼마나 막막했으면, 만사 다 제쳐두고 당신을 만나기 위해 그 먼 거리를 달려왔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지신 겁니다. 그런 그들을 그곳에 버려둔 채 당신이 맘 먹었던 일을 하시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겠지요. 그래서 그들을 위해 당신의 계획을 바꾸십니다. 당신을 향한 믿음과 열정 그리고 간절함을 지니고 그들이 당신을 찾아온 지금이야말로 그들을 참된 구원의 길로 이끌 ‘때’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목자가 되어주실 것입니다. 그들을 앞장서서 이끌고,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며, 그들을 보살피고 보호하는 존재, 그들이 세상의 여러 변수나 위험에 두려워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하느님 뜻에 맞는 올바른 길을 걷도록 인도하는 존재, 그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며 이 세상에 하느님의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시는 존재, 바로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이 약속하신 ‘참된 목자’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신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운전할 때 자기가 가야 할 목적지가 어디이며 어떻게 생겼는지를 정확히 알고, 그 방향과 대략적인 동선을 알면 엉뚱한 길에 빠지는 일 없이 최대한 빠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하느님 나라’가 정확히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실현되는지, 그리고 그 나라에서 참된 생명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들을 해야하는지를 알면, 유혹에 빠져 엉뚱한 곳을 헤매는 일 없이 안전하게 그곳에 다다를 수 있겠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을 찾아온 군중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시작’하십니다. 그분이 가르치신 건 고통과 시련을 피할 수 있는 특별한 대비책도 아니고, 죄를 안짓고 살 수 있는 대단한 방책도 아닙니다. 우리가 항상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할 ‘사랑’이라는 원칙과 방향성, 그리고 머리로 아는 하느님 뜻을 실천에 옮겨야 하는 이유와 중요성 그런 것들을 알려주셨겠지요. 그것이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구원의 진리’이며 그 진리가 우리를 죄의 속박에서 자유롭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고기를 잡아주시어 배고픔을 일시적으로 해결해주시는 것보다, 우리에게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시어 우리 스스로 배고픔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를 바라십니다. 우리가 육체적인 욕망 안에 갇히지 않고 하느님과 그분 뜻을 찾고자 하는 영적인 갈망을 마음에 품기를 바라십니다. 당신이 곧 사람들 앞에서 일으키실 ‘빵의 기적’이 그저 놀라운 사건으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참된 믿음으로 이끄는 구원의 표징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계획을 바꾸시게 하고, 가엾은 마음을 품게 만드신 군중들의 노력입니다. 그들이 주님을 만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품고 최선을 다해 그분께 달려가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삶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는 얼마나 간절히 주님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요? 내 삶의 자리에서 그분을 만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들을,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요? 구원을 위한 노력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성당 다니기 왜 이리 힘드냐고, 신앙생활이 왜 이리 무미건조하고 재미 없느냐고 불평 불만만 늘어놓고 있지는 않은지요? 세례만 받으면, 주일미사만 참례하면 내가 해야 할 ‘신앙생활’이 끝나는 것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지만, ‘세례’는 시작일 뿐이고 주일미사 참례는 ‘최소’ 의무일 뿐입니다. 주님께 듣고 배워야 할 것들도 많고, 주님과 함께 바꿔나가야 할 것들도 많지요. 어렵고 힘들지만 ‘참된 목자’이신 주님이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며 힘을 주시고 이끌어 주실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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