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직원이 없는 관계로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서, 비슷한 일을 하시는 분들의 고충과 애환을 120퍼센트 온몸으로 체험합니다. 대체로 안 그러시지만, 일단 내려 까고 시작하시는 분들도 꽤 계십니다. 주방에서, 분리수거장에서, 들판에서 땀흘리며 일을 하고 있노라면, 일단 바라보는 특유의 시선도 느낍니다. 아직도 우리 안에는 척결하고 극복해야할 측면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감정 노동 종사자들,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 요식 업소 종사자들, 그 얼마나 소중한 일에 종사하고 계시는데, 보다 존중받아야 하고 배려받아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매일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정말 우리에게 큰 의미입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스스로 표현하고, 주님의 창조 사업에 참여하게 됩니다. 우리가 그 어떤 일을 하던 직종에 상관없이 기쁨과 열정을 갖고 하면, 그 일이 바로 주님을 위한 일이고, 가치있는 일이며,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일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썩어 없어질 양식과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오늘 내게 있어 썩어 없어질 양식은 무엇이며,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은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썩어 없어질 양식에 혈안이 된 사람들의 특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마음과 내면, 영혼과 본질을 우선시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그럴싸한 말과 결과에만 몰두합니다. 그 끝은 언제나 실망과 허탈함과 좌절감입니다. 베트남의 성자 구엔 반 투안 추기경께서는 아무런 죄도 없이 견뎌내야 했던 오랜 독방생활 중에, 철저한 고독, 치열한 자기 극복의 과정, 열렬한 기도 끝에 그 둘을 구별할 줄 아는 식별력을 얻었습니다. 그는 한치 눈앞의 것에만 몰두하지 정작 가장 중요한 본질에 소홀히 하고 있는 우리를 향해 외칩니다. “영원이라는 상표를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은 어떠한 것이든 가짜입니다.” 썩어 없어질 양식들이 지닌 공통된 특징이 한 가지 있습니다. 외양이 그럴듯 해보이지만 유한하다는 것입니다. 영원할 것 같지만 실상 잠시 지나가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영원성, 지속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추구하는 성찰 없는 성공이 썩어 없어질 양식입니다. 겸손이 사라진 권위가 썩어 없어질 양식입니다. 양심과 지성이 결여된 명예가 썩어 없어질 양식입니다. 정직과 나눔이 없는 부가 썩어 없어질 양식입니다. 참된 부와 그릇된 부, 진품과 명품, 영원한 보화와 짝퉁을 구분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