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의 기쁨이 담겨...>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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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4-08-07 | 조회수60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오늘 미사의 말씀에는 하느님의 기쁨이 담겨 있습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 15,28) 예수님께서 이방 여인의 믿음에 감탄하시며 외치십니다. 기대 이상의 믿음 앞에서 그분은 기쁨을 감추실 수 없으셨습니다.
이 가나안 부인은 마귀 들린 딸의 치유를 위해 예수님께 매달렸습니다. 악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된 딸을 구하기 위해 어머니가 못할 일이란 없지요. 그녀는 비록 이방인이고 게다가 여성이지만 믿음으로 무장한 강인한 어머니였으니까요.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마태 15,26) 그녀는 강아지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믿고 바라는 바를 얻기 위해 어줍잖은 자존심따위는 애시당초 버렸고, 또 믿음이 주는 자존감으로 충만했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의 빵"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이 생명을 유지하도록 내려 주시는 빵을 가리킵니다. 광야의 만나이기도 하고 주님의 말씀과 율법을 가리킬 수도 있겠지요. 이는 하느님 자녀들이 누리는 특권이기 이전에 그 관계를 유지하는 탯줄입니다. 이 빵을 통해 하느님과 백성의 관계가 이어지지요.
"주인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마태 15,27) 강아지가 주는 비하적 어감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오늘은 "부스러기"에 머무릅니다. 빵은 곡물의 가루가 물, 기름, 누룩과 섞이는 과정에 물리적 힘과 온도가 가해져 점성이 생기면서 생성된 음식이지요. 빵은 원래 부스러기들로 이루어졌습니다. 빵을 쪼개는 과정 안에 입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떨어지는 부스러기도 영양소나 가치로 보면 손색이 없는 원래 빵의 일부분이라는 뜻입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태 15,27) 이 이방 여인의 답변이 얼마나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지요! 그녀는 하느님이 당신 백성만이 아니라 모든 만물을 먹이시는 창조주이심을 고백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과 맺으셨던 옛 계약은 그것으로 그치고 말 과거 사건이 아니라, 온 세상 모든 인류를 구하시기 위한 구원 역사의 시작이라는 걸 그녀는 감지하고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는 다시 하느님의 사랑을 회복하고 피어나는 이스라엘의 기쁨을 보여 줍니다. 환호하고 환성 올리는 이스라엘의 모습 안에는 그들을 지켜 보시는 하느님의 기쁨 또한 서려 있습니다.
"일어나 시온으로 올라가, 주 하느님께 나아가자."(예레 31,6) 자기들이 저지른 죄악으로 주님께 버림 받았던 이스라엘이 다시 주님의 산으로 부름을 받을 날이 올 것입니다. 그때에 그들은 이렇게 외치며 나아가겠지요. 기대과 설렘 가득한 이 환성이 예수님의 희생 제사를 거쳐 온 세상 모든 민족들에게로 번져나가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주인이시고, 예수님의 몸인 생명의 빵은 그분을 바라는 모든 이에게 끝없이 쪼개어져 나뉘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과 혼인 잔치에 참여할 수 있다면 식탁에 앉은 자녀여도 좋고 식탁 아래의 강아지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주님을, 주님 사랑을, 주님 말씀을 먹고 마실 수만 있다면 온전한 빵이어도 좋고, 부스러기여도 좋을 듯합니다. 우리가 그 이방 여인처럼 믿음에서 우러난 자존감을 간직한다면 공연히 말 마디와 어감에 발이 묶여 주님 사랑의 본류를 놓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사랑하는 벗님! 오늘 이 말씀 안에 녹아들어가 주님의 기쁨과 여러분의 기쁨이 만나는 관상에 잠겨보면 좋겠습니다. 기뻐하시는 주님을 바라보고, 그분과 함께 기뻐하십시오. 그 안에서 모든 바람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아멘.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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