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9주간 수요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에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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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8-14 | 조회수54 | 추천수3 | 반대(1) 신고 |
[연중 제19주간 수요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에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 마태 18,15-20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밤중에 깊은 산길을 걷고 있는 사람에게 제일 무서운 것은 앞에 마주 오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산길을 걷는 그 사람에게 가장 반가운 것 역시 사람이라고 하지요. 이렇듯 나에게 제일 좋기도 하면서 제일 힘들기도 한 존재가 사람입니다. 관계가 좋을 때에는 떨어지는게 아쉬울 정도로 가깝고 편하지만, 관계가 틀어지면 그 사람과 같이 있는 것만큼 불편한 일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가시방석’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가장 친했던 사람이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으로 변하는건 엄밀히 따지면 그 사람 탓이 아닙니다. 그 사람에게 걸었던 내 기대와 바람이 충족되지 않을 때 그에게 걸었던 내 마음이 실망이 되고 원망이 되고 미움이 되는 겁니다. 즉 ‘내 탓’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듯 불편한 관계가 된 그 사람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 주십니다. 먼저 단둘이 만나 마음을 터놓고 하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타일러보고, 그렇게 해서 안되면 한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서 다른 이들이 그와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객관적인 상황을 알려주며, 그래도 안되면 교회의 공적인 중재를 요청하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그와 나 사이의 문제를 본당 사목자가 속속들이 알고 깊이 개입하게 되는데 그게 여간 마음 불편하고 신경쓰이는 게 아니지요. 그냥 나 하나 입 다물면 될 일을, 그냥 그 사람과의 관계 하나 끊어버리고 조용히 넘어가면 될 일을, 괜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알려 일을 크게 만들고, 교회 공동체까지 개입시켜 그와 나 사이의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시는 건, 당신께서 우리를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형제 자매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사랑해야 할 소명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와 그 사람이 그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격앙되어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분노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물리적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와 상대방을 바라보면서 화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라는 권고의 뜻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소명’이나 ‘권고’가 너무나 부담스러워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는게 사실입니다. 그와 나 사이의 관계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거 같은데, 이제와서 이런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지요.
허나, 그럴수록 예수님의 이 말씀을 떠올려야 합니다."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8,18) 나라는 사람이 참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처럼 보여도, 내가 땅에서 얽힌 관계의 매듭을 풀기 위해 한 노력이 하늘에서까지 영향을 미친다니 사뭇 나라는 존재가 참 대단하고 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내가 그를 죄에 묶어둔 또한 그가 나를 죄에 묶어둔 미움이라는 감정을 지금 여기에서 풀지 않으면 하느님도 풀어주지 않겠다고 하시니 더 늦기 전에, 그런 슬프고 절망적인 상황이 생기기 전에 어서 빨리 그와 화해해야겠다는 절박함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코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예수님은 지금 형제와 화해하지 않으면 나중에 지옥에 간다고 우리를 겁박하시려는게 아니라, 형제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라고 우리를 다독이시고 격려하시는 겁니다. 진심으로 그에게 다가가 그의 마음을 움직이고 화해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중요하지만 주님께도 참으로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힘들고 어렵지만 그와 내가 화해를 바라는 한 마음으로 모인 그 자리에 주님께서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으니 희망이 있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주님께서 나와 그 형제 사이에 당신 뜻인 참 평화를 이루실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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