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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수철 신부님_어린이와 같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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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17 조회수62 추천수6 반대(0) 신고

“회개의 여정”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편51,12)

 

어제 저녁식사중 찐 계란이 담긴 작은 잔마다 깨알같이 작은 영문 글자가 있어 자세히 읽어봤고 반가워 옆 수도형제와 나눴습니다.

“Happiness is enjoying the little things in life”

(행복은 삶에서 작은 것들을 즐기는 것이다)

 

항상 기뻐하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도 생각났습니다. 바로 이것이 어린이같은 단순함의 특징입니다. 오늘 옛 어른의 말씀에서도 어린이같은 단순함이 빛납니다.

 

“공자의 진정한 뜻은 문장과 글자가 아니라 일을 이룸에 있다.”<다산>

“‘아름다운 옥이 여기에 있다면 간직하겠습니까, 아니면 팔겠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좋은 상인을 기다리는 사람이다.’”<논어>

 

이런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단순함 역시 어린이같음의 특징입니다. 천의무봉天衣無縫, 천진무구天眞無垢, 마음의 순수는, 어린이다움은 나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진리 추구의 열정에 있음을 봅니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 나오는 “아이들에 대하여”도 어제 결혼에 대한 잠언처럼 통찰과 지혜가 가득합니다. 제가 50년전 20대 후반 초등학교 교사시절 함석헌 선생님이 번역한 <예언자>를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공부하는 마음, 배우는 마음으로 독수리 타법으로 “아이들에 대하여” 일부를 옮겨 봅니다.

 

“너희의 아이는 너희의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갈망하는 큰 생명의 아들딸이니

 그들은 너희를 거쳐서 왔을뿐 너희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그들이 너희와 함께 있을 지라도 너희의 소유가 아니니라

 

 너희는 아이에게 사랑을 주라 

 너희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마라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생각이 있으므로

 

 너희는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까지 주려고 하지 마라

 아이들의 영혼은

 너희는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 조차 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고 있음으로

 

 너희가 아이들과 같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을 너희와 같이 만들려고 애쓰지는 마라

 큰 생명은 뒤로 물러가지 않으며 결코 어제에 머무는 법이 없으므로”

 

비단 어린이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이런 경외의 마음으로 대할 때 어린이같은 아름다운 겸손한 영혼입니다. 분명코 어린이들을 사랑하신 예수님은 어린이같음의 최정상에 있는 분이라 단언합니다.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손을 얹고 기도해 달라고 했을 때 사람들을 꾸짖은 제자들의 완고함은 꼰대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반응은 과연 달랐습니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어린이같음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단순성, 개방성, 배움의 정신, 편견으로부터 자유, 변화와 적용에 준비되어 있는 유연성일 것입니다. 오직 이런 이들이 온전히 복음의 메시지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어린이같은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은 손을 얹어 어린이들을 축복하신 다음, 미련없이 홀가분하게 바람처럼 구름처럼 물처럼 유유히 떠나시니 뒷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즉시 연상되는 앞서의 예수님 말씀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18,4)

 

하느님 앞에 회개와 겸손은 함께 갑니다. 역시 기도와 회개도 함께 갑니다. 끊임없는 기도에 끊임없는 회개요 어린이같음의 순수와 진실, 그리고 겸손입니다. 어제 교황님은 기도와 평화의 복음을 강조하셨습니다.

 

“기도는 변형의 시작이다. 기도는 역사를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오늘날은 어느때 보다 인류는 평화의 복음을 필요로 한다. 모든 신자는 평화의 복음을 선포하고 나누라 불림 받고 있다.”

 

평화의 복음 선포에 앞서 기도와 회개가 전제되어야 함을 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에제키엘은 회개의 구체적 내용을 적시합니다. 공정과 정의의 의로운 사람들이요 어린이와 같은 좋은 사람들입니다. 대부분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줍니다. 

 

1.산 위에서 음식을 먹지 않고, 이스라엘 집안의 우상들에게 눈을 들어 올리지 않으며,

2.이웃의 아내를 더럽히지 않고 달거리하는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으며,

3.사람을 학대하지 않고 빚 담보로 받은 것을 돌려주며

4.강도짓을 하지 않고, 굶주린 이에게 빵을 주며,

5.헐벗은 이에게 옷을 입혀주고,

6.변리를 받으려고 돈을 내놓지 않으며,

7.이자를 받지 않고 불의에서 손을 떼며,

8.사람들 사이에서 진실한 판결을 내리면서,

9.주님의 규정들을 따르고 법규들을 준수하여 진실하게 지키면, 그는 의로운 사람이니 반드시 살 것이다. 이런 삶의 현장에서 회개의 구체적 실천에 충실한 자들이야말로 어린이와 같은 좋은 심성의 사람들입니다.

 

죄지은 자만 죽습니다. 위에서처럼 역겨운 짓을 한 이들은 살지 못합니다.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그가 죽은 책임은자신에게 있습니다. 참으로 끊임없는 회개와 선행의 선택과 훈련, 습관화가 어린이와 같은 삶에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요! 기도와 회개를 일상화하는 “기도와 회개의 시스템” 같은 수도원 일과표가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한 주님의 충고 말씀이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깊은 깨우침이 됩니다.

 

“나는 저마다 걸어온 길에 따라 너희를 심판하겠다. 회개하여라. 너희의 모든 죄악에서 돌아서라. 너희가 지은 모든 죄악을 떨쳐 버리고, 새 마음과 생 영을 갖추어라. 너희가 어찌하여 죽으려느냐? 나는 누구의 죽음도 기뻐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희는 회개하고 살아라.”

 

회개의 여정과 어린이와 같은 삶은 함께 갑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회개와 더불어 날로 어린이와 같은 마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주님, 구원의 기쁨을 제게 돌려주시고,

 순종의 영으로 저를 받쳐주소서.”(시편51,14).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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