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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0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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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19 조회수62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20주간 월요일] 마태 19,16-22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한 부유한 젊은이가 예수님을 찾아와 묻습니다.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슨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 이 질문을 통해 그가 두 가지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하나는 참된 ‘선’이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즉 그분 뜻에 맞는 것을 실천하는 일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선을 충실히 실천해야 그분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지요. 그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무엇이 하느님 뜻에 맞는 것인가 하는 문제를 아주 좁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비단 그의 문제만은 아니었지요. 예수님 당시 대부분의 유다인들은 율법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곧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일이자 구원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으로 살고 있었던 겁니다. 그는 그런 믿음에 따라 율법을 철저히 지켜온 사람이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이들처럼 “~하지마라”라는 금령을 어기지 않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긍정명령까지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적극적인 사람이었지요.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의 성향 때문이었습니다. 율법을 충실히 실천하여 다른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수준에 머무르는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겁니다. ‘영원한 생명’이라고 하는, 구원에서 가장 중요하며 궁극적인 조건마저 채운다면, 자신이 육적으로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완성’에 이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을 찾아갔고 율법의 수준을 뛰어넘어 하느님의 뜻을 더 완전히 따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느냐고 채근하듯 묻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에게 ‘채움’이 아니라 ‘비움’을 이야기하십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완벽’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시는 게 아니라 ‘완전’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신다고, 그런 사람이 되는 길은 자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비우는 거라고, 사랑과 자비의 실천으로 가진 것을 나누고 자신을 비워 그 안에 하느님께서 사시도록 해야 그분의 능력과 은총에 힘 입어 영원한 생명이라는 참된 복을 누리게 되는 거라고 알려 주십니다.

 

하지만 그 청년은 그 말씀을 듣고 ‘슬퍼하며 떠나갑니다’. 그에게 그 말씀대로 할 의지와 용기가 있었다면 영원한 생명을 누리라는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기뻐하며 그곳을 떠났겠지요. 그러니 슬퍼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드러난 셈입니다. 주님으로부터 해답을 얻었으면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답이 뭔지 알면서도 그대로 따르지 않아 하늘나라의 보물들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시기 위해 길을 알려주시고 동행하시며 힘을 주시지만, 본인이 그 길을 걷기를 거부하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그 부자 청년이 주님 말씀을 따르기를 거부한 것은 그에게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라’는 요구가 그저 ‘자선을 베풀라’는 의미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는 그 재산이 자기 ‘전부’였기에 그것을 포기하라는 말은 곧 자기 자신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는 말로 들렸던 겁니다. 재산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 재산에 자기 목숨을 건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것이 비단 그 청년만의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정도가 다르고 집착하는 항목이 다를 뿐, 우리는 각자 자기가 귀중히 여기는 그 무엇에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청년에게 가진 재물을 나누어주라고 하신 것은 단지 그 재물에 집착하는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뜻이 아니라, 다른 그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그분께서 바라시는 뜻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따르라는 요구입니다. 세상의 것들에 목숨을 걸다가 종말의 날 세상과 함께 멸망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고, 하느님께 내 전부를 걸어 그분께서 베푸시는 큰 은총과 복을 영원토록 누리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는 초대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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