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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타나엘> 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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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24 조회수91 추천수0 반대(0) 신고

 

열두 사도 중 하나인 바르톨로메오 성인의 축일입니다. 그는 복음서에서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고 예언자들도 기록한 분!"(요한 1,45)
필립보가 나타나엘을 만나 예수님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우리는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이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마태 22,40)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두 계명에 달려있다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필립보의 증언과 연결해서 본다면, 바로 예수님께서 율법과 예언서의 기록된 분이시며, 율법과 예언서의 완성이시고, 율법과 예언서에 나타난 사랑 자체, 말씀 자체이심을 알 수 있습니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요한 1,47)
이렇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엘을 알아보십니다. 그분은 나타나엘 뿐만 아니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그 가능성까지 속속들이 아십니다.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요한 1,49)
메시아를 고대해 온 나타나엘도 자기를 알아보시는 분께 진심으로 고백합니다. 우리는 현재의 부족하고 찌질한 모습 너머로 하느님 자녀다운 진실을 읽고 우리를 제대로 알아주시는 그분께 어떤 고백을 드릴 수 있을지요.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도 보게 될 것이다."(요한 1,50)
예수님은 나타나엘에게, 아니 나타나엘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약속하십니다.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인 당신을 믿고 고백하는 모든 이는 더 큰 일을 보게 된다고 말입니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요한1,50)
얼핏 창세기의 야곱의 꿈이 떠오릅니다. 예수님 자신이 하늘과 땅, 신성과 인성을 잇는 사다리십니다. 또 예수님의 세례 때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내려오던 때가 생각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역시 인류의 죄와 하느님의 자비를 엮는 사다리이고, 예수님 죽음의 순간 하늘과 땅이 이를 통해 만났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승천하실 때에도 하늘이 열리고 천사들의 환영과 옹위 속에 본래의 자리로 임하시며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셨지요.

제1독서에서는 천상 예루살렘과 어린양의 혼인 잔치가 요한 사도에게 보여집니다. 언제 만나도 가슴 설레는 대목이지요.
"이리 오너라. 어린양의 아내가 될 신부를 너에게 보여 주겠다."(묵시 21,9)
요한 사도와, 요한 사도의 눈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더 큰 일"을 이 환시 안에서 관상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죽음과 부활과 승천, 점진적으로 드러나는 더, 더, 더 큰 일은 이처럼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새롭게 신부로 단장한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의 혼인의 순간 완성될 것입니다. 여기서 새 도읍 예루살렘은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이면서 동시에 세례받은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을 가리킵니다.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뿐 아니라 비천한 우리도 그분의 신부로 들어올려져 갖은 단장을 하고 아름답게 꾸며질 것입니다.

"그 광채는 매우 값진 보석 같았고 수정처럼 맑은 벽옥 같았습니다."(묵시 21,11)
광채가 그리 아름답다면 그 빛을 내뿜는 주체, 실체는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요! 도성을 감싼 하느님의 영광이 그처럼 찬란하다면 아름다움의 근원이신 하느님은 과연 어떠실까요! 온갖 죄와 더러움의 허물을 벗고 흠도 티도 주름도 없이 깨끗하고 아름답게 거듭나서 어린양과의 혼인 잔치로 향하는 우리 자신의 영혼이 이처럼 하느님의 영광으로 빛납니다.

사도 요한과 함께 어린양의 신부인 거룩한 도성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가장 순결하고 아름답고 진실된 빛으로 감싸인 새신부 안에 놀랍게도ᆢ 우리 각자의 얼굴이 보입니다. 어린양의 곁에 선 신부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임을 보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더 큰 일"의 극치가 아닐까 합니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실 가장 큰 일은 그분과의 영원한 일치, 합일로 들어가는 우리를 보는 것일 겁니다.

"당신께 충실한 이들, 당신을 진실하게 부르는 이들."(화답송)
그들의 존재, 그 빛과 찬미와 선포는 세상에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냅니다. 부족하나마 자기 자리에서 하느님 사랑으로 불타는 영혼들은 어린양의 신부 얼굴에 자기를 새겨넣은 주님 영광의 광채입니다. 그런 자신에게 매일 놀라고 매일 경탄하는 삶이 곧 어린양과의 혼인 잔치를 향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아멘.
 

▶ 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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