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을 받은 여러분은 속된 기준으로 보아 지혜로운 이가 많지 않았고
유력한 이도 많지 않았으며 가문이 좋은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독서와 복음에 비추어 볼 때 저는 저의 출신과 처지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복음에 비춰 저는 한 달란트 받은 사람이 아니니 다행입니다.
저는 그야말로 Positive Thinking(긍정적-적극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입니다.
그래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고 특히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에 그 일을 하는 데 저는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이요 사랑이시라고 하느님을 믿고 모진 분이라고는 생각지 않으며,
사람들에 대해서도 믿기로 선택하였기 때문인지 잘 믿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믿기로 선택한 것에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옛날 이발소에서 머리 깎으면 면도사가 면도해줄 때의 일입니다.
얼굴을 면도하고 나면 턱을 거쳐 목까지 면도해주는데
하루는 목 부분을 면도할 때 문득 저분이 면도하다가
제 목을 확 따버리면 어떻게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그동안 사람을 믿어왔던 것입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는데 계속 믿고 면도할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으며 그리고 그때 선택했습니다.
계속 믿기로 그리고 모두 믿기로.
그리고 독서에 비춰 저는 유력한 가문 출신이 아닌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잠언이 얘기하듯 우리는 세속적인 것에 영향받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잠언은 인간이 영적으로 얼마나 약한지 정확히 꿰뚫고 이렇게 얘기합니다.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저에게 정해진 양식만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지 않으시면 제가 배부른 뒤에 불신자가 되어 ‘주님이 누구냐?’ 하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면 가난하게 되어 도둑질하고 저의 하느님 이름을 더럽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좋은 가문 출신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는 것은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지
옛날에는 그러니까 세속적인 생각이 있었을 때는 열등감이 없지 않았었지요.
그런데 열등감이 있었다는 것이 바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의 반작용이었지요.
그렇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가장 천박한 자랑은 명품 자랑입니다.
머리(아이큐) 자랑도 못지않습니다.
재능(달란트) 자랑도 꽤 많이 합니다.
가문이나 자식 자랑도 많이 하고 손주 자랑은 노골적입니다.
더 꼴불견인 것은 자기의 의로움을 자랑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비유로 이것을 신랄하게 꼬집으신 적 있지요.
바리사이와 세리가 하느님 앞에 기도하러 갔습니다.
세리는 자기가 죄인이라며 머리를 쳐들지 못하는데
바리사이는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이렇게 기도합니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기도하러 갔다지만 실은 기도한 것이 아니라 자랑한 것이요,
그것도 인간에게 자랑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자랑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래, 자랑할 데가 없어서 하느님 앞에서 자랑합니까?
우리 가운데는 이런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이런 분이 있다면 그분에게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있는 것을 무력하게 만드시려고,
이 세상의 비천한 것과 천대받는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어떠한 인간도 하느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자랑하지 말아야 하는데
적어도 하느님 앞에서까지 자랑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