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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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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05 조회수86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루카 5,1-11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당신과 함께 할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을 대하는 두 가지 마음가짐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는 순명이고, 다른 하나는 경외심이지요.

 

먼저 ‘순명’의 차원을 바라봅니다. 평생 어부로 살아온,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를 잡는 일에 잔뼈가 굵은 그가 밤새도록 고기를 잡기 위해 애썼음에도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자기 노력이 헛수고가 되었다는 허탈함과 빈 손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미안함에 착잡한 심정으로 조업을 마무리하며 그물을 씻고 있던 그 때, 갑자기 예수라는 분이 그의 배에 올라타시더니 뭍에서 조금 저어나가 달라고 부탁하십니다. 어차피 고기잡이도 끝난 마당에 나도 좋은 말씀이나 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흔쾌히 원하시는대로 해드렸는데, 갑자기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며 이번엔 아까처럼 부탁이 아닌 ‘명령’을 하십니다. 어부로서 자존심이 상하고 불쾌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베드로는 그런 예수님께 자기가 지난 밤 내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도 잡지 못해서 지금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지를 있는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인간적인 마음 같아서는 이 쌩뚱 맞은 요구를 무시하고 집에 들어가 쉬고 싶지만, ‘그러나’ 그 말씀이 많은 이들이 ‘스승’으로 여기며 존경하는 예수님 당신이 하신 것이니 일단 따라 보겠노라며 순명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잡게 되지요.

 

다음으로는 ‘경외심’의 차원을 바라봅니다. 베드로는 불과 몇 시간 전에 큰 실패를 경험한 사람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밤새도록 그물질을 했음에도 물고기 한 마리 잡히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부족하고 약한 인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처절하게 깨닫습니다. 그러나 그 깨달음은 그를 절망이라는 부정적 방향으로 이끌지 않고, 겸손이라는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지요.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고기를 잡게 하신 예수님의 능력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 두려움은 무서움이나 공포가 아니라, 유한한 인간이 자기 능력을 한 없이 초월하는 신적 존재에게 압도 당했을 때 자기도 모르게 느끼는 경외심이지요. 빵을 배불리 먹는 기적을 체험한 군중들은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시는 예수님을 보고서도 그분을 경외심이 아닌 ‘욕심’으로만 바라보아 그분을 이용해 더 큰 이익을 얻으려고 달려들었는데, 베드로는 그런 사적인 욕심 없이 순수하게 경외심만으로 예수님을 바라보았기에 그분의 신적 본성을 그리고 그런 그분에 비해 한 없이 작고 약하며 죄라는 허물로 가득한 자신의 비천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은 감히 예수님 앞에 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자기를 떠나달라고 청한 것이지요.

 

그런 베드로의 마음을 잘 아시는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주님과 함께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막중한 사명에 합당한 사람은 자기 잘난 멋에 살며 스스로가 의인이라 착각하는 교만한 이가 아니라, 자신의 약함과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용서를 청할 수 있는 겸손과 용기를 지닌 어린 아이 같은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와 크신 자비는 그런 이들을 통해서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베드로를 사도의 길로 부르셨고 베드로는 그런 예수님의 부르심에 모든 것을 버리고 기꺼이 따르는 순명으로 응답합니다. 그리고 그 의탁과 순명을 통해 조금씩 사도의 모습으로 변해가지요. 지금 나는 주님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습니까? 욕심입니까 아니면 경외심입니까?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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