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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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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06 조회수82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루카 5,33-39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오늘 복음에서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과 ‘단식’에 대해 논쟁을 벌입니다. 자기들은 자주 단식하고 기도하며 하느님 뜻에 맞는 거룩한 생활을 하는데, 왜 예수님과 그 제자들은 단식할 생각은 하지 않고 사람들 특히 죄인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기만 하느냐는 것이지요. 그들이 단식을 제대로 했다면 그처럼 눈에 보이는 모습만 가지고 다른 사람과 자신의 신심을 비교하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저 남에게 보이기 위한 단식, 자기의 신심을 뽐내기 위한 단식을 하고 있었기에, 자기만큼 단식하지 않는 이들을 ‘신심 없는 사람’으로 몰아부치며 단죄하려고 들었던 겁니다.

 

예수님은 그런 그들에게 단식의 참된 목적과 의미를 일깨우십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단식은 슬픈 일이 있어서, 마음 속에 품은 뜻이 있어서 하는 것입니다. 슬퍼해야 할 일이 없는데, 그토록 고대하던 그리스도가 자기들에게 오셔서 함께 계시는, 모두가 그 기쁨을 누리며 잔치를 벌여야 할 시기에 단식을 하는 것은 그 목적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의미까지 퇴색시키는 부적절한 모습이지요. 단식은 그저 밥을 굶는 행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종교적인 의미의 단식을 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광야로 나아가 단식하시며 마음을 다잡으셨듯이, 하느님 이외의 다른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세상 것들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비워내고 그 빈 자리를 하느님과 그분 뜻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영적으로 자유롭고 가벼워진 상태로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단식은 나의 몸과 마음이 하느님과 보다 가까워지고 일치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단지 그것을 자주 한다고 남들보다 거룩하고 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닌 겁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단식을 자주하면서도 하느님을 자기 마음 안에 모시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옳고 그름’을 율법을 기준으로, 보다 정확히는 그 율법을 남들보다 열심히 실천하는 자기들 모습을 기준으로 판단하려 했습니다. 그것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따 먹는 아담과 하와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옳고 그름, 선과 악이라는 구분은 내가 율법을 얼마나 철저하게 실천했는가가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고 철저히 따르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요.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렇게 했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르려 노력했기에, 율법이라는 좁고 답답한 틀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자기들 가운데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 하느님과 함께 기쁨의 잔치를 만끽할 수 있었던 겁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피를 통해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과 새로운 계약을 맺으셨습니다. 믿음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며 당신 뜻을 실천하는 이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즉 영원한 생명이라는 새 포도주를 내 안에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나라는 존재가 주님 뜻에 철저히 순명하며 따르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변화되어야만 하는 겁니다. 그렇게 변화되지 않으면 믿음을 통해 도달해야 할 나의 이상적인 모습과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나 실제적인 모습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 괴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나라는 존재는 큰 자괴감과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지요. 그것이 바로 새 포도주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버리는 헌 부대의 모습입니다. 그러니 묵은 포도주에, 익숙하고 편안한 내 것에 안주하려는 나태함과 안일함을 버려야겠습니다. 무엇이 주님의 뜻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열심히 실천함으로써 구원의 기쁨을 맘껏 누리는 ‘새 부대’가 되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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