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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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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10 조회수94 추천수4 반대(1) 신고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루카 6,12-19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복음서들을 보면 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시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특히 중요한 일을 앞두시고는 밤을 새면서까지 치열하게 기도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밤을 새우며 기도하신 뒤, 당신을 도와 복음을 전하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할 중요한 사명을 수행할 열 두 명의 ‘사도’들을 뽑으시지요. 그런데 뽑힌 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오래동안 기도하며 ‘심사숙고’해서 뽑으신 게 맞나 싶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 중에는 뛰어난 재력과 능력을 갖춘, 소위 세상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던데, 정작 뽑으신 이들은 평범한 어부들, 예수님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던 랍비 중 한 사람, 유다인들이 ‘매국노’라고 손가락질하며 죄인 취급하던 세리, 민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폭력적인 수단까지 서슴지 않고 사용했던 혁명단원 등, ‘별 볼 일 없는’ 수준을 넘어서서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중 가장 이해 안되는 것은 ‘유다 이스카리옷은 왜 뽑으셨는가’하는 점입니다. 그가 당신을 배신할 것을 모르셔서 그랬을까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그런 걸 모르셨을 리가 없지요. 그랬다면 왜 뽑으셨을까요? 적어도 그를 뽑으시는 그 순간에는 유다 이스카리옷도 하느님께서 당신의 일을 맡기시기 위해 필요로 하시는 중요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그는 ‘사도’로써 소명을 다하라고 선발된 것이지 주님을 팔아넘기는 죄를 지으라고 뽑힌 게 아닌 겁니다. 그를 뽑으신 예수님의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부르심을 받은 이후 그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지 못한 유다 이스카리옷의 잘못인 것이지요. 우리도 얼마든지 유다처럼 될 수 있습니다. 나를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그분 뜻에 충실하게 살지 않으면, 내 욕망만 채우려 들고 내 뜻만 고집하려 하다보면,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님을 팔아넘기는 ‘배반자’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밤을 새우며 기도하신 후 제자들을 뽑으신 것은 당신 뜻과 생각대로, 당신 눈에 좋아보이는 이들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의 뜻과 의도를 적극적으로 헤아리며 그분 뜻과 생각대로, 그분 보시기에 좋은 이들을 선택하려고 하신 겁니다. 내 뜻과 생각대로 어떤 선택을 했으면 그 선택에 대한 결과를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굳건한 의지와 큰 사랑이 필요한데, 부족한 우리 인간의 의지와 사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선택 때문에 고통이나 시련을 마주하게 되면 금새 마음이 약해져서는,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핑계 삼아 자기 책임을 회피하며 도망치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예수님처럼 하느님 아버지의 뜻과 계획에 따르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단 그분 뜻을 따르기로 선택했다면 우직하게, 한결같이 그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내 안에서, 나를 통해 일하십니다. 그분의 사랑과 의지가 나를 움직이기에 쉽게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분께서 당신 권능으로 나의 부족함을 채우시기에 무엇을 하든 모자라지 않고 충만한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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