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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11 조회수187 추천수5 반대(0)

아버지는 약주를 좋아하셨습니다. 아버지가 금주를 하신 건 제가 고등학생 때인 1979년입니다. 형제 중에 술을 잘못 배운 형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을 잘못 가르쳤다며, 술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금주가 형에게 영향을 준 건 아니지만, 저는 아버지의 단호한 결심을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신학교에 들어가면서 성서 필사를 하였습니다. 자식이 사제가 된다는데 아버지로서 성서를 가까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고, 성서 필사를 하였습니다. 나중에 제가 사제서품 받았을 때, 아버지는 저의 서품 성구를 족자에 써 주었습니다. 제가 받은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사제인 제가 책을 가까이 하기를 원하신 아버지는 늘 책을 읽으셨습니다. 제게도 책을 가까이 하면 좋겠다는 걸,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아버지의 영정 사진은 헌팅턴 모자를 쓰고 환하게 웃는 모습입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밝은 모습으로 그토록 원하신 하느님의 품으로 갔습니다. 동창 신부님은 장례미사 강론 중에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읽어 주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아름다웠다고 말하면서 하느님께로 갔습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아버지와 달랐습니다. 어머니는 돌아온 아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자비로운 아버지처럼 형을 대하였습니다. 형이 집을 나가면 어머니는 늘 따뜻한 밥을 한 공기 남겨 놓았습니다. 먼 길에 지친 형이, 혹시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을 형이 오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늘 기다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신 어르신들의 기일을 꼭 챙겼습니다. 연미사를 신청하였고, 연도를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본인의 건강보다는 자식들의 건강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음력이라 생일을 기억하기 어려웠을 텐데도,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식구들의 생일을 잊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생일을 제대로 기억 못했지만, 어머니는 저의 생일을 챙겨 주었습니다. 제가 사제가 되었을 때입니다. 어머니는 인사이동이 되면 저보다 먼저 제가 가야 할 성당에 가서 기도하였습니다. 아들 사제가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었습니다. 제가 시골 성당의 본당 신부로 갔을 때입니다. 어머니는 저의 부탁을 받고, 3년 동안 저와 함께 지냈습니다. 사제관 일도 하였고, 예비자 교리도 하였고, 환자 방문도 하였습니다. 어머니의 영정 사진은 복자회 재속회 옷을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어머니의 장례미사는 갈 수 없었지만, 추기경님께서 어머니의 장례미사를 집전해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아낌없는 사랑을 남겨 주고,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이제 사랑하는 아버지와 함께 천상에서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하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선택받는 또 다른 길을 이야기하십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한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라고 하십니다. 저주하는 자들을 축복하라고 하십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이 길은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이루기 힘든 길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러기에 기도가 필요합니다.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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