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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영근 신부님_<아직도 향유를 나를 치장하기 위해 쓰고 있는 까닭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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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19 조회수95 추천수3 반대(0) 신고

<아직도 향유를 나를 치장하기 위해 쓰고 있는 까닭이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서는 바리사이 시몬의 집에서 식사 때 있었던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그 고을에 죄인인 여자 하나가 있었는데, ~ 그 여자는 향유가 든 옥합을 들고서 예수님의 뒤쪽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

(루카 7,37-38)

이 자리에서 ‘죄 많은 여인’이 영광을 입습니다.

 

죄 많은 그녀는 감히 예수님의 앞쪽에 나서지도 못하고 뒤쪽 발치에서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셨습니다.

자신의 머리 위에 간직한 가장 고귀한 머리카락으로 땅에 붙이고 있는 예수님의 발을 닦아 드렸습니다.

그 발에 당신 입을 맞추고 그 발에 자신의 전부를 쪼개어 부수고 깨뜨려 그 발에 붓고 발라드렸습니다.

 

하여, 그 옥함의 사랑의 향기는 온 집안 온 고을로 퍼져나갔습니다.

교부들은 이 ‘죄 많은 여인’을 교회에 비유합니다. 

성 암브로시우스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교회 말고는 누구도 그런 향유를 만들어 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몸소 죄인의 모습을 취하셨으니, 교회가 창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루가복음 해설)

이러한 '창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교회'의 모습의 아름다움은 뒤에 나오는 예수님의 선언으로 그 향기를 뿜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루카 7,47)

그렇습니다. 

오늘도 내가 있는 우리 집, 우리 공동체 안에는 ‘죄 많은 여인’(교회)이 부은 사랑의 향유가 가득합니다. 

 

그런데 나는 왜 공동체에 파고든 그 향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내게 사랑이 없어 사랑의 향기를 맡지 못하는 까닭이 아닐까요? 

 

사실 오늘도 내 형제들은 예수님을 섬기며 발을 닦아드리느라 여념이 없는데도, 그들의 땀과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 것은 결코 닦아드릴 머리카락이 없어서가 아니라, 머리를 수그려 발까지 자신을 낮출 줄 모르는 까닭이 아닐까요?

 

아직도 향유를 나를 치장하기 위해 쓰고 있는 까닭이 아닐까요?

값비싼 것을 낭비할 수 없다면서, 오히려 물질에 애착하고 있는 까닭은 아닐까요? 

사실 오늘도 ‘죄 많은 여인’인 교회는 옥함을 깨뜨려 향유를 쏟아 붓듯 내 발에 사랑이 쏟는데, 아직 내가 그 사랑을 보지 못함은 아직도 구린내를 담고 있는 나를 깨부수지 못한 까닭이 아닐까요?

 

아직도 자신을 감추어 둔 채, 다 부수지 않은 까닭이 아닐까요?

결국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까닭이 아닐까요? 

그러나 오늘도 우리 주님께서는 온 집안 온 공동체를 사랑의 향유로 가득 채워주십니다.

그러니 이제는 온 집안에 가득 퍼진 이 감미로운 사랑의 향기에 종일토록 취할 일입니다.

 

내내토록 찬미할 일입니다.

그 향기 온 몸에 묻혀, 바다소라처럼 그 향 되어 날릴 일입니다.

 

오늘 하루 이 그리스도의 향기에 흠뻑 취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향기가 되어 세상에 뿜으시길 바랍니다.

하오니 주님! 
오늘 저의 불순한 입이 당신의 발에 입 맞추고 거룩해지게 하소서! 
저 자신을 깨뜨려 형제들의 발에 입 맞추는 사랑의 삶이 되게 하소서!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루카 7,47)

주님!

제 영혼의 막힌 코를 뚫으소서!

옥함을 깨뜨려 향유를 쏟듯 제 온몸에 쏟아지는 숨 가쁜 당신 사랑의 향기를 맡게 하소서.

저를 부수어 진한 향기의 피가 흐르게 하고 부서질수록 향기 짙어가게 하소서.

온 집안에 베인 감미로운 사랑의 향기를 내내토록 찬미하게 하소서.

많이 용서 받았기에, 많이 용서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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