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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4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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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19 조회수110 추천수7 반대(1) 신고

[연중 제24주간 목요일] 루카 7,36-50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용서의 양’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공정하고 자비로운 분이시기에 우리에게 용서와 사랑을 베푸심에 있어 차별을 두지 않으십니다. 그분을 믿고 따르는 이들 모두에게 차고 넘칠 정도로 풍성한 은총과 사랑이 주어지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떤 사람은 그 용서를 뼈저리게 체험한 후 자기 부족함과 잘못을 깨닫고 이웃에게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되는데 비해, 다른 사람은 ‘난 잘못한 거 없어’라고 완강하게 버티며 자기에게 티끌만큼이라도 잘못한 이들을 비난하고 단죄하는 일에 혈안이 됩니다. 또한 어떤 사람은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느낀 후 자기도 이웃에게 기꺼이 기쁘게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사랑의 기쁨을 두 배로 누리는 사람이 되는데 비해, 또 다른 사람은 자기는 늘 사랑받지 못한다고 여기며 다른 이로부터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으려 하고, 사랑을 눈에 보이는 모습을 확인하려고 들지요. 바다 한가운데에서 탈수증세로 죽어가는 조난자처럼, 하느님 사랑 한가운데에서 애정결핍으로 죽어가는 겁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요? 왜 하느님으로부터 똑같이 차고 넘칠 정도로 풍성한 용서와 사랑을 받는데도 그것을 충만히 누리는 사람과 전혀 누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일까요? 예수님은 그 이유를 ‘회개의 차이’로 설명하십니다. 빗물이 온 세상에 똑같이 내려도 각자가 들고 있는 물통의 크기에 따라 그 빗물을 담을 수 있는 양이 달라지는 것처럼, 하느님 사랑과 은총이 모두에게 풍성히 내려도 각자가 준비한 마음그릇의 크기에 따라 그것을 담을 수 있는 양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그 마음그릇의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이 바로 ‘회개’, 즉 자기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하느님을 향해 마음을 완전히 돌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기 마음의 방향이 하느님을 향해 완전히 돌아섰음을 눈에 보이는 표징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적극적인 사랑의 실천이라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죄 많은 여인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녀는 예수님 앞에서 자기가 그동안 살면서 저질러 온 수많은 죄들을 구구절절 나열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진정한 참회의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분의 발을 닦아 드리며, 자기가 준비한 값비싼 향유를 그분 발에 발라드렸을 뿐이지요. 당시 여인이 외간남자들 앞에서 자기 머리칼을 풀어 헤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숨김 없이 드러낸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여인은 오직 예수님만 바라보며 그분 앞에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낸 겁니다. 또한 값 비싼 향유를 예수님 발에 발라드린 것은 그녀가 죄의 용서에 따르는 보속을 실천했다는 뜻입니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여인 신분에, 자기의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수백 만원 짜리 향유를 기꺼이 예수님을 위해 사용한다는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했습니다. 예수님을 이용해 자기가 원하는 걸 이루려고만 했던 다른 이들과 달리, 먼길에 지치신 예수님이, 당신을 초대한 바리사이의 홀대에 발조차 제대로 씻지 못하신 그분이 무엇을 바라실지를 곰곰이 생각하며, 그분께서 원하실 일, 그분 마음을 기쁘게 해드릴 일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행했습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두고 예수님은 더 많은 죄를 용서받았기에 그토록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라며 칭찬하시지요.

 

그런데 결코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사랑의 실천이라는 보속을 먼저 실행해야만, 그 대가로 용서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사랑을 실천한 만큼만 제한적으로 자비를 베푸시는 분도 아닙니다. 우리가 주님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랑을 실천하면 내 마음 속에 있던 욕심과 집착, 고집과 편견이 말끔하게 비워져 내 마음 그릇이 하느님 은총과 사랑을 풍성히 담을 준비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은총과 사랑을 충만히 누려본 사람은 다음 번에 더 큰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되어 그의 마음그릇에 그만큼 더 넉넉한 공간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가진 자가 더 받아 넉넉해지는’ 하느님 사랑의 신비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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