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이전글 9월 24일 / 카톡 신부  
다음글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24 조회수92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루카 8,19-21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성당에서 ‘형제님’, ‘자매님’이라는 호칭을 참 자주 사용합니다. 그와 내가 피가 섞인 가족은 아니지만, 한 분이신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믿음 안에서 영적인 가족이 되었음을, 주님의 사랑을 통해 하나로 묶여 영적인 친교를 이루고 있음을 그런 호칭으로 드러내는 겁니다. 그런데 내가 형제, 자매라고 부르는 그 사람들과 정말 영적인 형제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를 물으면 그렇다고 답하기가 조심스러워집니다. 주님께서 베푸신 용서와 사랑에 힘 입어, 세례성사의 은총 덕분에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 내가 나와 같은 교회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정말 ‘가족’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그러지 못할 때가 너무 많아 참으로 부끄러워집니다. 그런 우리이기에 오늘 복음 말씀이 참으로 아프게 다가오지요.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들이다."(루카 8,21)

 

우리는 이 말씀의 의미를 자주 오해하곤 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가족들과 거리를 두시며 차갑게 외면하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은 당신과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들과 거리를 두시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혈연 관계 바깥에 있는 우리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맺을 계기를 만드시려고 하신 말씀인 겁니다. 사실 우리는 출생 신분으로 따지면 주님의 가족이 되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이들입니다. 가족이란 같은 본성을 지니고 서로 닮은 이들인데, 부족하고 약한 인간인 우리를 전능하신 하느님과 한 가족으로 묶는다는 거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지요. 게다가 예수님과 우리는 시대와 민족, 출신이나 환경 등 물리적인 부분에서 서로 통하는 ‘공통분모’라는걸 찾아볼 수가 없으니, 예수님과 우리 사이가 참으로 멀어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과 우리에게는 한 가지 크고 중요한 공통 분모가 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지요. 이에 대해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이 당신의 가족이라고 말이지요. 이 말씀을 통해 ‘가족’이라는 말이 지닌 의미가 새롭게 정립됩니다. 예수님은 ‘핏줄’이라는, 본인의 의지와 선택으로 정할 수 없고 바꿀 수도 없는 조건을 기준으로 당신 가족과 타인을 구분하기를 바라지 않으십니다. 당신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를 참으로 믿게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믿음을 실행에 옮기는 삶을 통해 ‘하느님의 가족’이 되어 구원받기를 바라시지요. 누군가와 가족이 된다는 건 그와 내가 특별하고도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인데, 그런 관계를 하느님과 맺으면 그분께서 누리시는 생명과 기쁨을 함께 누리게 되니 그 자체로 구원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그저 하느님 말씀을 귀로 듣기만 하면서, 스스로가 하느님 말씀을 잘 듣고 있다고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람은 구원받지 못한다는(야고 1,22 참고) 것입니다. 말씀을 들었으면 마음에 간직해야 하고 마음에 간직한 그 말씀을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성모님께서 단순히 예수님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실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순명과 실천 덕분이었음을 기억합시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