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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수철 신부님_인생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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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03:15 조회수57 추천수4 반대(0) 신고

 

“그러나 창조주 하느님을 기억하여라”

 

“주님!

당신은 대대로 저희 안식처가 되셨나이다.

아침에 당신 자애로 저희를 채워 주소서. 

저희는 날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리이다.”(시편90;1,14)

 

오늘 옛 어른의 지혜도 좋은 깨우침이 됩니다.

“고개를 돌려 내가 지나온 길을 확인하면 걷는 자세가 곧아진다.”<다산>

이래서 끊임없는 회개요 새로운 각오입니다.

“행했는데도 얻지 못했다면 스스로를 돌아보며 원인을 살펴라. 자신이 바르면 천하가 자기에게 돌아온다.”<맹자>

자신이 바르면 하느님은 친히 보호자와 방패가 되어 도와 주십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추하게 ‘늙어가는’ 인생이 아니라, 가을 열매들처럼 곱게 ‘익어가는’ 인생이면 좋겠습니다. 바로 지혜가 그렇게 품위있게 합니다. 지혜로운 자가 겸손한 자요, 겸손의 지혜가 아름답게 빛나는 익어가는 인생이 되게 합니다. 오늘로서 코헬렛 제1독서는 끝납니다. 오늘 내용 역시 얼마나 풍부하고 좋은 자극이 되는 지 모릅니다. 역설적으로 허무주의의 병(病)이자 약(藥)임을 깨닫습니다. 허무의 가시가 정신 번쩍 들게 합니다. 허무는 바로 생명과 사랑의 하느님을 찾으라는, 기억하라는 신호요, 하느님의 초대장입니다. 

 

허무에 대한 답은 하느님뿐입니다. 사랑과 지혜의 하느님뿐입니다. 시종여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같은 하루 꽃같이, 시같은 하루 시같이, 비움을 지극히, 고요히 함을 두터이' 하며, 아름다운 선물 인생을 살 일입니다. 우리 인생의 의무요 권리요 책임입니다. 하느님께 드리는 최고의 보답입니다.  오늘 제1독서 말씀은 어느 하나 생략하기가 아깝습니다. 구구절절 공감이 가며 단숨에 읽혀 집니다. 코헬렛 성서가 아니곤 어디서 누구에게 이런 교훈을 들을 수 있을까요? 참으로 우리를 지혜롭게 하는 코헬렛이요 이래서 지혜문학에 속합니다. 비단 젊은이뿐 아니라 늙은이에게도 귀한 가르침이, 깨우침이 되는 코헬렛입니다.

 

“젊은이야, 네 젊은 시절에 즐기고,

젊음의 날에 네 마음이 너를 기쁘게 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네 마음이 원하는 길을 걷고,

네 눈이 이끄는 대로 가거라.

다만 이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께서 너를 심판으로 부르심을 알아라.”

 

알고 보니 코헬렛은 순수한 허무주의자가 아니라 하느님 중심의 건강한 허무주의자요 현실주의자임을 깨닫습니다. 이어지는 말씀도 이를 입증합니다. 젊음의 날은 물론 늙음의 날에도 읽고 배우고 깨달아야할 코헬렛의 지혜입니다.

 

“젊음의 날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불행의 날이 닥치기 전에, 해와 빛,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고,

비 온 뒤 구름이 다시 몰려오기 전에, 그분을 기억하여라.

오르막을 두려워하게 되고, 길에서도 무서움이 앞선다.

편도나무는 꽃이 한창이고, 메뚜기는 살이 오르며,

참양각초는 싹을 터뜨리는데, 인간은 자기의 영원한 집으로 가야만 한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늙음이요 죽음입니다. 코헬렛은 참으로 지혜로운 하느님 중심의 건강한 허무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입니다. 결코 꿈속에 사는 낭만주의자가 아닙니다. 젊은이는 물론 늙은이도 배워고 익혀야 할 지혜입니다. 이래야 늙은이는 늙은이대로 치매에 걸리지 않고, 가을 단풍처럼, 저녁 노을처럼, ‘곱게’, ‘지혜롭게’ 살 수 있습니다.

 

“은사슬이 끊어지고, 금그릇이 깨어지며, 샘에서 물동이가 부서지고, 우물에서 도르레가 깨어지기 전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늙어가면서 심신이 서서히 무너지기 전, 철이 남으로 창조주를 기억함이 유비무환이겠지만, 무너지는 중에도 당황하지 말고 사랑의 생명줄인 창조주 하느님의 끈을 놓치지 말고 꽉 잡고 살라는 것입니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아주 오래전 피정지도시 묘비명을 미리 써보라는 과제에 이 구절을 택한 수도자로 인해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허무는 하느님의 초대장입니다. 허무로 시작해서 허무로 끝나는 코헬렛, 하느님 중심의 건강한 허무주의자로 살라는 각성을 새롭게 합니다. 오늘 코헬렛 독서에는 없는 마지막 부분 말씀이 코헬렛 현자의 말씀이 참 정답고 고맙습니다.

 

“내 아들아, 책을 많이 만들어 내는 일에는 끝이 없고,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은 몸을 고달프게 한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들어보자.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계명들을 지켜라. 

이야말로 모든 인간에게 지당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좋든 나쁘든 감추어진 온갖 것에 대하여 모든 행동을 심판하신다.”

 

하느님 지혜이신 영원한 최고의 현자, 예수님의 오늘 말씀도 우리에게 참 귀한 지혜의 가르침이 됩니다.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후, 또 더러운 영을 쫓아내신 예수님은 사람들의 인기 절정에 있고 사람들은 모두 들떠 있어 제정신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의 위대하심에 몹시 놀랐고,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보고 놀라워할 때 예수님은 찬물을 끼얹듯 수난과 부활을 두 번째로 예고하십니다.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 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제자들은 못 알아 들었고, 묻는 것 조차 두려워하였지만, 제자들에게 지혜로운 평생화두가 되었을 말마디입니다.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이 없는 부활의 영광은 환상일 뿐이요,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영성이 진짜 영성이자 참지혜이며 우리 삶을 날로 깊게 하기 때문입니다. 파스카 예수님과 날로 깊어가는 우정의 일치와 더불어 우리 모두 하느님 중심의 건강한 허무주의자, 이상주의자, 현실주의자로서의 삶이겠습니다. 바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주 하느님의 어지심을 저희 위에 내리소서.

저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주소서. 

저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실어 주소서.”(시편90,17).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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