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6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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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0-03 | 조회수91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26주간 목요일] 루카 10,1-12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민족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공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시기에 앞서, 제자들을 둘 씩 짝지어 당신이 가시려는 고을로 먼저 보내십니다. 그들은 세례자 요한이 그러했듯 사람들로 하여금 구세주의 오심을 준비하며 회개하도록 이끄는 선구자이자 예언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영적, 신앙적으로 성숙해있지 않은 이들에게, 아직 주님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그분 뜻을 마음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한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해받고 배척당하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무시당하고 핍박받는 일이 잦을 것입니다. 그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받는 것은 물론 때로 자기 신변에 심지어 목숨에 큰 위험이 따르기도 하겠지요.
그런 상황을 미리 내다보신 예수님께서 파견되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세속적인 것들에 대한 욕심과 집착에, 자기 생각만 맞다고 여기는 고집과 편견에 찌들어 당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이들에게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것이, 이리 떼 한 가운데로 양들을 보내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일임을 다 아시면서, 왜 제자들에게 그 길을 가라고 하시는 것일까요? 너무나 위험하지 않을까요? 당신 가르침에 따라 용서와 사랑, 평화 밖에 모르는 바보들이 사악한 음모과 계략, 거짓 술수로 단단히 무장한 세상 사람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하지만 예수님은 세상과 싸워 이기라고 그들을 보내시는 게 아닙니다. 용서와 이해로 져주라고, 사랑과 자비로 섬기라고 보내시는 것이지요. 물론 처음엔 상처입고 피해당하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저렇게 무지하고 고집 센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이 이리 떼의 먹이가 되라고, 보람도 의미도 없이 개죽음 당하라고 보내신 게 아닙니다. 제자들은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주님 뜻을 충실히 따르는 생활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은총’이 될 것입니다. 제자들의 희생과 사랑을 통해 늑대와 새끼 양이 함께 풀을 뜯으며 평화롭고 행복하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하느님 나라’가 이 땅 위에 시작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제자들은 두 가지를 지켜야 합니다. 첫째는 세상 것들에 욕심내고 집착하지 말고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당신 일꾼들에게 필요한 것을 넉넉히 채워주시는 분이니, 그들의 믿음과 의탁은 스스로에게는 기쁨과 희망이 되고,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자비를 드러내는 표징이 될 것입니다. 둘째는 복음을 전해 받은 이들이 보이는 반응에 연연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베푼 호의를, 내가 먼저 빌어준 평화를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아도 그 호의나 평화가 무의미하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베풀고 나누었다면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그리고 언젠가는 의미가 되고 기쁨이 될 겁니다. 그러니 내가 누군가에게 베푼 호의나 선행이 거부당했다고 해서 그들을 미워하거나 원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신발에 묻은 먼지를 털듯 훌훌 털어버리고,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실 기쁨과 영광을 희망하며 내가 가야할 길을 계속 가면 됩니다. 그것이 주님 말씀을 ‘복음’으로, 내 구원을 예고하는 기쁜 소식으로 만드는 삶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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