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6주간] | |||
---|---|---|---|---|
이전글 |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 |||
다음글 | 예수고난회 박태원 신부님의 [10월 5일] 살아있는 매일의 지혜(항상 기도하기) | |||
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0-05 | 조회수119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26주간 토요일] 루카 10,17-24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우리는 하느님께 기도를 참 많이도 바칩니다. 그리고 그 기도는 이런 문장으로 끝납니다. “이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이건 개정된 기도문이고 그 전에는 이렇게 기도를 마무리했지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요한 복음에 있는 이 말씀 때문입니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이루어주실 것이다.”(요한 16,23ㄴ) 그런데 정작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기도를 바친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모르는 채, 그저 습관적으로 바칠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이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청탁’을 넣을 때 그와 친한 지인을 통해 부탁하면 잘 들어주는 것처럼, 예수님을 통해, 그분의 이름을 내세우며 하느님께 청하면 내가 원하는 것들을 잘 들어주실거라고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어떤 일을 ‘주님의 이름’으로 한다는 것은 그런 세속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는 부족하고 약한 인간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어떤 일을 자기 계획에 따라서만, 자기 능력에 기대서만 하면 최선의 결과를 얻기 어렵지요. 그렇기에 자기 계획에 따라서가 아니라 주님 뜻에 따라서 해야 합니다. 자기 능력에만 기대지 말고 나에게 부족한 부분은 주님의 권능에 의탁해야 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나를 통해 놀라운 방식으로 당신께서 미리 준비하신 가장 좋은 계획을 이루십니다. 예수님으로부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라는 사명을 받고 파견된 제자들이 그런 점을 아주 뼈저리게 체험했지요. 처음 파견되었을 때에는 여러가지로 부족하고 약한 자신이 그런 큰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너무나 걱정되었지만, 모든 것을 주님께 전적으로 의탁하고 그분 뜻을 철저히 따르며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주님의 이름으로’ 했더니 주님께서 자기들 손을 통해 병자들을 치유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시는 놀라운 기적들을 일으켜 주신 겁니다. 이에 한껏 고무된 제자들이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며 그 일을 주님께 보고하지요.
제자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주님께서도 참으로 뿌듯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런 일시적인 성공에 도취되지 않으시고 더 먼 곳을 바라보십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통해 이루고자 하신 구원은 병자 몇 사람을 더 치유하고, 부마자 몇 사람을 더 해방시키는 수준이 아님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신 것은 예수님과 제자들의 활동을 통해 온 세상 사람들이 당신을 알고 믿는 것입니다. 또한 그 믿음으로 당신 뜻을 받아들이고 따름으로써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영원토록 참된 행복을 누리는 것입니다. 병자를 치유하고 마귀를 쫓아내는 활동은 그 최종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이 눈앞의 성공에 도취되지 않고 영적으로 깨어있는 채로, 자기들이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적지를 바라보도록 일깨워주신 겁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참된 목적이자 의미는 하느님의 능력을 이용해 내가 대단한 성과를 이루는 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를 너무나 사랑하시고 가장 좋은 길로 이끄신다는 구원의 진리를 마음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그 진리가 우리를 세상 것들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 진리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우리 마음 속에 충만한 기쁨이 차오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당신 뜻을 맡기실 사람을 능력이나 조건을 보고 선택하지 않으십니다. ‘좋고 나쁨’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 온유함, 하느님 앞에서 고집 부리지 않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 하느님 뜻이라면 일단 받아들이고 따르는 우직함과 성실함만 있다면 하느님이 나를 통해 놀라운 기적들을 일으키실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