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7주간 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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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글 | ■ 예수님께서 손수 주신 기도 / 연중 제27주간 수요일(루카 11,1-4) | |||
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0-08 | 조회수121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27주간 화요일] 루카 10,38-42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많은 분들이 오늘 복음을 이해할 때, ‘기도생활’을 대표하는 마리아의 입장을 옹호하는 이와 ‘봉사생활’을 대표하는 마르타를 옹호하는 이로 갈라져 누가 더 교회에 필요하고 유익한 존재인지, 예수님께서는 누구를 더 어여삐 보시는지를 논쟁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오늘 복음은 마르타와 마리아를 비교해서 누가 더 잘했는지 우위를 정하기 위함도, 둘 중 누구의 입장이 옳은지 그 시비를 가리기 위함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주님과 나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는게 좋지요. 주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그리스도 신앙인으로써 주님을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실천해야 하는 겁니다.
누구나 신앙생활 하는 목적은 똑같습니다. 죄에서 구원받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영원한 생명과 참된 행복을 누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각자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탈렌트’가 다르기에, 그 목적지까지 가는 방식도 서로 다릅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신앙생활 하는 방식을 두고 ‘감놔라 배놔라’ 해서도 안되고, 자신이 신앙생활 하는 방식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착각하여 교만해져서도 안되겠지요. 마르타에게는 마르타의 방식이 있고, 마리아에게는 마리아의 방식이 있을 뿐입니다. 하느님께서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해주신 특별한 길이 무엇인지 잘 식별하고 받아들여 따르면서 그 안에서 신앙생활의 의미와 보람을 찾으면 되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가 당신을 믿고 따르는 신앙생활을 하는데에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신앙생활을 할지를 스스로 선택했다면 그것 자체에서 기쁨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소명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데를 기웃거리며 남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마음 속에 불평 불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리스도 신앙인으로써 자존감이 떨어지고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생각하여 우울해질 뿐입니다. 또한 신앙생활이 가져오는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주님과의 관계에만, 그분 사랑 안에 머무르는 데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신앙생활은 내 의지로 시작하는 것이지만, 성령께서 내 안에 들어오셔서 이끄시는대로 따라가는 것이기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또한 주님의 뜻으로 믿고 받아들여야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마리아가 ‘좋은 몫’을 택했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주님 발치에 앉아 그분 말씀을 듣기로 한 마리아의 선택만 좋은 것이고, 주님의 수발을 들기로 한 마르타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알라는 것이지요. 그것을 결정하시는 분은 오직 주님 뿐이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경우 자신이 감정적으로 느끼는 ‘좋고 싫음’과 주님께서 결정하시는 ‘좋고 나쁨’을 헷갈립니다. 주관적으로 ‘싫다’고 여겨지는건 자신에게 ‘나쁜 것’으로 여겨 회피하려 드는 겁니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주님께서 나를 위해 준비해주신 좋은 것들을 놓치게 되지요. 그러니 내 마음에 드는 것보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것을, 내 육체적인 기호에 맞는 것보다 하느님 뜻에 맞는 영적인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에게 참으로 좋은 몫을 택하여 누릴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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