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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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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0-09 조회수96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루카 11,1-4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옛 교부들이 하신 말씀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사도신경’은 우리에게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십계명’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며, ‘주님의 기도’는 우리가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우리 신앙생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세 가지 요소 각각에서 우리가 집중하며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 방향성을 알려주는 말씀이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 세가지 요소 중 ‘주님의 기도’에 대한 내용입니다. 주님의 기도에는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즉 주님께서는 이 기도를 통해 우리가 당신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써 어떤 것을 마음에 담고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시려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주님의 기도에 담겨있는 수많은 신앙의 보물 중 ‘청원’이라는 부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청원, 즉 하느님께 기도 중에 무엇을 청할 것인가는 내가 마음 속에 어떤 욕망을 갖고 있는가에서 비롯됩니다. 주님은 우리가 욕망 자체를 가지지 말라고 하시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무리 채워도 더 갖고 싶게 만들 뿐인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을 욕망하지 말고, 예수님 당신께서 바라시는 것을 우리도 바라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것들을 바라지 않으시고, 하느님의 아들로서 원해야 하는 것을 바라셨습니다. 즉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그리고 당신이 순명과 실천으로 그 과정에 협력하실 수 있기를 바라신 겁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하라고 하십니다. 부모는 자녀가 청했으면 하는 것을 그들이 바랄 때, 다시 말해 자기 마음과 자녀 마음이 서로 통했을 때 가장 기뻐하는 법입니다. 그렇게 서로 마음이 통한 것을 알고 나면 자녀가 청하는 다른 것들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되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가장 먼저 하느님 아버지께서 나를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루심으로써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온 세상에 드러내기를 청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짐으로써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가,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그분의 다스림이 온전히 실현되기를 바라라고 하시지요. 그것이 하느님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것이며, 그렇게 그분의 뜻과 나의 뜻이 하나로 일치될 때 나는 자연스레 하느님 뜻에 맞는 것들을 청하게 되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 뜻을 이루기 위해 청하는 것들을 기쁘게 들어주신다는 겁니다.

 

하느님께 기도 중에 청할 때 주의해야 할 또 다른 한 가지는 ‘나’라는 개인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기도에서는 청하고 받는 주체가 다 ‘저희’라는 복수로 되어 있습니다. 기도가 하느님과 나 사이의 인격적 관계 안에서 나누는 대화긴하지만, 우리가 바치는 모든 기도는 나의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 전체의 선익을 지향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나의 이익만 바라는 기도, 내 가족과 지인들의 안위만을 청하는 기도는 사실 기도라기보다 하느님께 일방적으로 들이미는 ‘청구서’밖에 안될 겁니다. 하느님께 그런 청구서를 들이미는건 기도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그분과 나 사이의 친교와 일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지양해야 합니다.

 

하느님께 기도 중에 청할 때 주의해야 할 마지막은 기도하기 전에 그분께 청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돌아보는 겁니다. 미사 중에 바치는 주님의 기도는 사제의 이런 권고로 시작하지요. “하느님의 자녀 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삼가 아뢰오니” ‘삼가 아뢰오니’라는 말은 ‘조심스런 마음으로’, ‘경건한 몸가짐으로’라는 뜻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바치지 말고, 내가 하느님 앞에서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갖는 의미와 무게를 생각하며 심사숙고해서 기도하라는 의미겠지요. 주님의 기도를 그렇게 바친다면 우리는 그 기도만으로도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자녀’의 모습으로 변화되어 갈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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