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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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4-10-10 | 조회수323 | 추천수4 | 반대(0) |
‘수업료 낸 셈 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려면 수업료를 내야 합니다. 인생의 길에도 거저 주어지는 건 별로 없습니다. 넘어지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하면서 하나둘씩 배워가는 겁니다.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가끔 수업료를 낼 때가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물건을 샀는데, 잘 모르고 정기 배송을 선택했습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신청 안 했는데 의아해하면서 받았습니다. 그런데 1달이 지나니 또 왔습니다. 별로 필요도 없는 거라서 꼼꼼하게 살펴보니 제가 정기 배송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정기 배송을 취소했고, 이왕 온 것은 소모품이라 그냥 두고 쓰기로 했습니다. 수업료를 내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예도 있습니다. 도박에 빠지는 사람은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해도 늦을 때가 있습니다. 도벽에 빠지는 사람도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교도소에 다녀와서도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물질, 자본, 기술, 디지털 문화는 어느덧 우리 마음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풍요로운 시대이지만 우리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영적인 갈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은 정신적인 피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 가을 단풍, 흘러가는 시냇물, 지저귀는 새의 노래를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우리 마음에도 근심의 먼지가, 시기의 먼지가, 욕망의 먼지가 수북이 쌓이기 마련입니다. 그러기에 ‘나는 어디에서 왔는지, 나는 어디에 있는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우리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우리의 배는 12척이고, 적의 배는 수백 척입니다. 당연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과 부하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었습니다. 장군의 뛰어난 전략을 믿었고,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우려는 부하들의 용기를 믿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고, 제자들은 두려움에 모두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함께하셨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하셨고, 제자들은 믿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과 함께 하지 않으면 무질서한 삶을 살게 된다고 하십니다. 아무리 잘 지은 집도 3년만 사람이 돌보지 않으면 먼지가 쌓이고, 엉망이 되곤 합니다. 집 앞의 텃밭도 한해만 돌보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여러분은 가지입니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말라 버린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착한 목자’라고 하셨습니다. 양들은 목자와 함께 있어야 안전하다고 하셨습니다. 악한 세력은 힘들고 어려운 일 속에서도 우리를 넘어트리지만, 즐겁고 기쁜 일을 통해서도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일지라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기쁘고 즐거운 일일지라도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들이 우리를 구원에로 이끄는 것은 아닙니다. 율법이 우리를 구원에로 이끄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들 속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도록 살아가는 우리들의 믿음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하느님, 구원 계획에 따라 세상 모든 일을 섭리하시니, 저희에게 해로운 것은 물리치시고, 이로운 것은 아낌없이 베풀어 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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