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11,17)
오늘 복음의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11,17)하고 하신 말씀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예전과 달리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참으로 상이한 의견의 갈등과 충돌 그리고 그로 인한 진보와 보수, 울타리 안과 밖의 대치와 갈등의 현실을 보면서 살고 있습니다. 예전 박근혜 탄핵 정국과도 같은 국론 분열의 상황은 아니라지만, 여야의 대립으로 심각한 분열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 체제하에 놓여 있는 중국이나 북한 경우는 예외로 치부하더라도 세상 어느 나라에서든지 100% 지지를 바탕으로 하는 국론 통일이란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아무튼, 100% 국론 통일이 되는 국가란 인류사회에 존재치 않는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문제는 다양한 다른 의견이 아니라 다른 의견을 대화하고 소통을 통해서, 보다 자유 민주적인 나라를 이루어 나가는 게 우리의 소망이라고 생각하면서 현 상황을 주시하고 기도합니다. 안성에서 서울로 버스를 타고 오고 가면서 가끔은 분당 ‘우리들 교회’ 벽에 붙인 현수막에 붙인 표어를 유심히 살펴볼 때가 있습니다. 오래전에 이런 표현이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당신이 나보다 옳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이 벙어리 마귀들을 쫓아내신 것을 보고 놀라워하는 군중이 있는가 하면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11,15)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예수님께 요구하기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11,16참조) 사람에 따라서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건을 보고 이렇게 여러 가지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본디 인간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상이성과 유사성을 어떻게 적절하게 조정하고 조화하고 통합해 나가느냐에 따라 참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는 것을 어떤 사람들은 잘 받아들이고 있지만, 아직도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다른 것은 무조건 틀린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지 않아 많습니다. 사실 초대 그리스도 공동체도 공동체 지체들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구성원들이 다양하게 되면서(=빈부차이, 지역과 계층 등) 많은 갈등과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지금도 모든 공동체가 겪고 있는 현실이라고 봅니다. 이는 당연한 일이며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로 인해 서로 다른 견해와 생각의 차이로 갈등하고 싸울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공동체는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수용하면서 성장하고 성숙되어 간다고 봅니다. 이것이 공동체의 아름다움이며 거룩함이라고 봅니다. 싸움(=대화와 소통, 진솔한 의견 개진과 교류)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는 만큼 서로는 분열될 수밖에 없고 하나가 될 수 없으리라 봅니다.
우리가 다르면서도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마음의 자세가 있다면 위기 상황도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는 성숙한 국민임을 믿기에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런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모든 관계와 소통의 출발이며, 다름은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의 원천이며, 이 다양성은 상생과 화합의 가장 좋은 원동력이 되리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 ‘내 편’, ‘네 편’이 아닌 이 땅을 함께 살아가는 같은 민족이며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민주사회의 시민임을 잊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 모두 갈등과 분쟁의 불쏘시개가 아니라 화합과 상생의 밑거름이 되도록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더욱 발전되고 성숙한 시민 사회와 국가가 되도록 신앙인인 우리부터 앞장서 나갑시다.
예수님은 주님의 기도에서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즉 각자 자기가 원하는 나라가 아니라 모든 이가 하나가 되는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해달라는 기도를 바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서로 갈라지는 일이 없이 일치할 것이고 모두 아버지의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될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서로 다르지만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8,28)라고 사도 바오로가 강조한 것처럼 아버지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일을 한다, 하더라도 서로 일치할 것이며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성명 미상인 어떤 분은 사람들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 이 사람은 바보다. 피하라.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 이 사람은 단순하다. 가르치라. 많은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이 사람은 자고 있다. 깨워라. 많은 것을 알고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 이 사람은 현명하다. 따르라』라는 권고를 마음에 간직하면서 서로 다르다고 하더라도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깨우고 받아들이면서 올바른 나라, 밝은 세상을 이루어 나가도록 이미 시작된 하느님 나라를 실현해 나가도록 합시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11,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