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8주간 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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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0-14 | 조회수126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연중 제28주간 월요일] 루카 11,29-32 “요나가 니네베 사람들에게 표징이 된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이 세대 사람들에게 그러할 것이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예수님께서 당신 곁에 모여든 군중들에게 단호하고도 분명한 목소리로 외치십니다. 그들을 두고 악하다고 하시는 것은 그들이 예수님께 더 확실한 표징을, 더 많이 보여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먼저 ‘듣고’ 믿으려 하기보다, 예수님께서 분명한 표징을 먼저 일으키셔서 자기들이 그것을 ‘보고’ 믿게 해보라고 예수님을 재촉하지요. 그러나 예수님이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신다한들 그들이 태도를 바꿀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이미 마음 속으로 예수님이 어떤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려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결론에 부합되지 않는 것은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예수님 말씀에 무관심한 거였으면 나중에 나아질 기회라도 있었을텐데, 애초에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시고 주님이심을 믿을 마음도 없으면서, 그분을 시험하고 폄훼하려는 의도로 표징을 요구하니 그런 완고하고 뒤틀린 마음은 ‘악하다’고 하는게 맞을 겁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남방여왕’과 ‘니네베 사람들’의 일화를 들려주십니다. 먼저 남방여왕은 아라비아 반도의 남쪽 끝, 오늘날의 예멘 부근에 있던 ‘스바’라는 나라를 다스리던 여왕입니다. 그녀는 솔로몬의 지혜에 대한 명성을 듣고, 하느님의 성령이 솔로몬을 통해 말씀하시는 것을 ‘듣기’ 위해 멀고도 위험한 여행길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자신이 지혜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것을 더할 나위 없는 큰 행복으로 여겼습니다. 한편 니네베 사람들은 죄악에 빠진 채 방탕하게 살다가 요나의 설교를 ‘듣고는’ 자신들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회개합니다. 요나가 그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놀라운 기적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그저 사흘 동안 니네베 성읍 안을 걸어다니며 “이제 사십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고 외쳤을 뿐인데, 니네베 사람들은 이방인인 요나를 통해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을 허투루 듣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회개에 이른 것이지요.
구원의 기회는 유다인이든 이방인이든 상관 없이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다만 구원받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 말씀을 귀기울여 들으려는 ‘열린 마음’과 그 말씀에 순명하여 자기의 잘못된 삶의 방식을 바꾸려는 단호한 ‘의지’가 필요하지요. 그런 이들은 굳이 주님께 특별한 표징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열고 믿음의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하느님 현존과 사랑의 증거들이 차고 넘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요나가 니네베 사람들에게 하느님 자비와 구원의 표징이 된 것처럼, 당신도 큰 사랑과 희생을 통해 우리들에게 구원의 표징이 될 거라고 하십니다. 사람들은 요나가 일으키는 놀라운 기적들이 표징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표징은 요나라는 사람 자신입닙니다. 하느님이 니네베 사람들을 사랑하시지 않았다면 굳이 예언자를 보내실 필요 없이 죄악으로 타락한 그들에게 계명에 따라 준엄한 심판을 내리시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않으시고 요나를 보내신 것 자체가 그들을 구원하고자 하시는 당신 자비를 드러내시는 일이었기에 니네베 사람들에게 요나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표징이 되는 겁니다.
그런 점은 예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셔서 그분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게 아니지요. 하느님께서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고 따르는 이들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음을 믿기에 예수 그리스도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하느님의 한 없는 사랑과 자비를 드러내는 살아있는 표징이 되시는 겁니다. 그러니 자꾸 믿음에 증거를, 신앙생활에 대가를 요구하려 들지 말고 먼저 주님 말씀을 잘 듣고 따르기부터 해야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삶 구석 구석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는 수많은 행복의 표징들을 발견하고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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