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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8주간 목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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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0-17 조회수130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28주간 목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 루카 11,47-54 "너희는 불행하여라! 바로 너희 조상들이 죽인 예언자들의 무덤을 너희가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 중에 “병 주고 약 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어떤 사람이 병들게 만든 사람이 그 병을 고치라고 약을 지어준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고 나서 마치 본인이 선심을 쓰는 것처럼 도와주는 체 하는 교활한 모습을 비판하는 말이지요. 이처럼 ‘병 주고 약 주는’ 모습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흥부전’입니다. 놀부는 동생인 흥부가 다리를 다친 제비를 정성껏 치료해 준 보답으로 많은 재물을 얻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다리를 다친 제비가 나타나지 않자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직접 제비를 잡아 다리를 부러뜨리지요. 그리고는 자기가 부러뜨린 다리를 치료해 준 후, 자신에게도 금은보화가 가득 담긴 ‘박씨’를 물어다주기를 기대하며 그 제비를 날려보냅니다. 그러나 욕심에 눈이 멀어 잘못된 행동을 한 대가로 ‘복’이 아닌 ‘벌’을 받게 됩니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비록 잘못된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병’을 주었지만, 그 대가로 ‘약’을 주었으니 그걸로 된 거 아니냐고, 행위에 대한 결과의 값이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0’이 된거 아니냐고. 그러나 잘못은 보상으로 ‘퉁’쳐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약을 준다고 해도 병든 사람이 겪는 고통 자체를 없애줄 수는 없으며 그 ‘흔적’이 남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배상을 해준다고 해서 ‘가해자’가 한 옳지 못한 행동이 정당화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피해보상’을 했는가 안했는가의 여부와는 별도로 ‘가해자’는 본인의 행동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하며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굳게 결심하고 노력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즉 참된 회개에 이르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배상’을 넘어서는 정성어린 ‘보속’이 따라야만 하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을 꾸짖으시는 것이 바로 그들의 ‘병 주고 약 주는’ 모습 때문입니다. 그들의 조상들이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한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고 그들을 죽이기까지 하는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제대로 보속하기 위해서는 그런 잘못을 저질렀음을 진심으로 마음 아파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항상 깨어있는 자세로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죽은 예언자들의 무덤을 화려하게 지어주는 것으로 자기 조상들이 지은 잘못을 ‘퉁’치려고 했습니다. 자기들은 예언자들에게 예우를 다 했으니 조상들이 저지른 잘못은 자신들과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으려고 했습니다. 진심어린 ‘통회’도, 정성어린 ‘보속’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된 회개에 이르지 못했고, 그랬기에 조상들보다 더 큰 잘못, 즉 하느님의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하는 대죄를 짓게 된 것이지요.

 

나의 잘못으로 누군가에게 ‘병’을 주었다면 단순히 ‘약’을 주는 것만으로 내가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정말 잘못했다’고, ‘다치게 해서 미안하다’고 진심을 담아 사과해야 합니다. ‘이 정도 했으면 된거 아니냐’는 성급하고 섣부른 말로 그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끈기를 가지고 그가 받은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생깁니다. 그래야만 다친 사람도 나도 ‘아픈 만큼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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