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두신 그분께서 / 연중 제28주간 금요일(루카 12,1-7)

이웃에게 늘 불만투성이인 바리사이와 같은 이가 있다. 그들은 다른 이들을 비난과 헐뜯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자신을 스스로 보는 데는 눈이 멀었다. 아니 아예 눈을 감는다. 이처럼 그들은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자신에게는 관대했다. 더구나 그들은 형식이나 겉치레에만 집착했다. 그렇게 그들은 참으로 소중한 것을 보는 것에는 등한시할 수밖에.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자비 없는 믿음으로 행한 위선을 자랑으로 여기는 바리사이들이 순수하지 않다며 비난하신다. 그렇지만 그들은 율법을 지켰기에 의당 하느님께서 의롭다고 인정해 주신다고 생각했다.

“바리사이들의 누룩 곧 위선을 조심하여라.” 누룩은 본질을 감춘다. 누룩은 밀가루의 양을 외형상으로 변화시킨다. 반죽 어디에도 누룩은 보이지 않지만, 넣었을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의 그 모습과 크기는 천양지차다. 어쩜 위선은 누룩과 닮았다. 좋은 행동도 단지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면, 선한 게 될 수가 없기에 자연 위선이 되리라. 이러한 속과 겉이 다른 그러한 자세가 그들의 행위를 변질시켰다. 혹시 우리에게도 이러 위선과 같은 나쁜 누룩이 섞여 있을지도.

진실은 언제나 드러나기 마련이다. 비록 진실을 감추고 역사를 왜곡하는 이들이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지만, 분명한 것은 언젠가 있었던 그 진실은 분명히 밝혀질게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하느님께서는 의인인 척하는 바리사이나 율법 학자보다는, 어리석어도 정직한 이를 더 사랑하신다. 그분께서는 우리들 머리카락까지 일일이 다 세어 두신다. 참새 두 마리가 한 닢일 때, 다섯 마리가 두 닢에 팔린다면 한 마리는 거저 덤인데도, 그것마저 기억하시는 그분께서 우리를 몽땅 다 아시니, 그저 황송할 따름이다.

이처럼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섬세하게 사랑하는 그 하느님을 섬긴다. 그런데도 삶이 두렵다면, 그 원인 꼭 찾아봐야 하리라. 그러기에 거울 앞에 선 자신 모습을 살피자. 그래야 바리사이가 빠진 그 위선에서 벗어날 수가. 물론 쉽지는 않을 게다. 언제나 유혹이 있기에. 그럴 때마다 미래는 자신의 것이 아닌 주님 것임을 되새기자. 그분께서 주셔야 모든 것이 가능하다.

사실 조목조목 따지고 분석하는 것은 여전히 위선만을 일삼는 바리사이 신앙이다. 바리사이적인 위선을 조심하자.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훈련을 반복해야만, 성숙한 신앙으로 나아가야 할 게다. 하느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좌우하신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 소유로 뽑으신 백성이다. 별 이유 없이 불안한 미래만 연상하는 것은 나쁜 습관일 뿐, 미래에 대한 대비도 아니다.

육신을 죽여도 그 이상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나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을 가진 분이 실제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다. 그렇지만 이분이 바로 자비의 하느님이시다. 이렇게 우리에게는 비를 피할 수 있는 큰 우산이 있다. 그것을 믿고 맡기는 거다. 그러기에 우리들의 머리카락 숫자까지 기억하시는 그분만을 보며 나아가자.

“두려워하지 마라.” 라는 예수님의 위로만을 믿고서, 말씀의 뜻을 망각한 채, 바리사이처럼 부끄러움을 모르는 위선적인 신앙인이 되지 않도록 하자. 그러면 자비의 하느님께서는 끝까지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기억할 게다. 무릇 이 말은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행하신 말씀이 아니다. 그분께서는 지금 여기 있는 우리에게도 다정하게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