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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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0-19 | 조회수144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루카 12,8-12 “사람의 아들을 거슬러 말하는 자는 모두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독일이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히틀러와 그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나치당’이었습니다. 그 나치당도 처음부터 거대한 세력을 이루고 있지는 않았지요. 나치당이 힘을 키워 독일의 지배세력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당시 독일의 지성인이었던 에밀 구스타프 프리드리히 마틴 니묄러((Emil Gustav Friedrich Martin Niemoeller, 1892~1984)는 ‘전쟁 고백서’라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독일에 처음 나치가 등장했을 때, 처음에 그들은 유태인들을 잡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그들은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엔 사회주의자들을 잡아갔습니다. 그때도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엔 노동운동가들을 잡아갔습니다. 나는 이때도 역시 침묵했습니다. 나는 노동운동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리스도인들을 잡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내 이웃들이 잡혀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그들이 뭔가 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내 친구들이 잡혀갔습니다. 그러나 그때도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내 가족들이 더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내 주위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나를 위해 이야기 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이, 나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괜찮다는 이기주의가 독일 내부에 ‘나치당’이라는 무시무시한 암세포를 키웠고, 그것이 독일을 포함한 전 세계를 전쟁의 포화속으로 몰아넣은 것입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하나’라는 것, 그래서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갖지 않는 차가운 마음, 나만 괜찮으면 다른 사람들은 어찌되도 상관없다는 이기심으로 살면, 나와 너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슬픔과 재앙이 닥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당신을 안다고 증언하면 당신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하실 것이고, 당신을 모른다고 부정하면 당신도 심판의 순간에 그를 모른 척 하실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예수님을 안다’고 증언하는 것은 단순히 말로만 신앙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말로는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면서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무관심하고, 말로는 자신이 ‘하느님의 자녀’라고 하면서 하느님도 이웃도 사랑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산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예수님을 아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주님께 대한 참된 앎은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따스한 모습에서 드러납니다. 또한 주님께 대한 신앙을 가장 효과적으로 증거하는 방법은 힘 없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내가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하느님의 정의가 실현되도록 애쓰는 ‘용기’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또한 이 세상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살다보면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게 되거나, 혹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될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의 아들을 거슬러 말하는 자는 모두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인간적인 부족함과 나약함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그분께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관심과 이기심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모른 척 하고, 그분과 상관없는 사람처럼 살아간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시어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고, 그런 사람은 하느님께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사랑과 정의를 실천해야 하는 ‘하느님 자녀’로서의 소명을 한시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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