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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등불 켜 두고 허리에는 띠를 / 연중 제29주간 화요일(루카 12,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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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10-21 조회수82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등불 켜 두고 허리에는 띠를 / 연중 제29주간 화요일(루카 12,35-38)

 

소나무는 비옥하지 않은 비탈에서도 잘 산단다. 무엇보다 뿌리가 강한 탓이라나. 우리 중에서도 소나무 같은이들이 돌아보면 쾌나 있다. 누가 보든지 안 보든지 바르게 살려는 이들일 게다. 뿌리는 보이지 않는 삶이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생각하며 살아갈 때, 건강한 뿌리가 만들어지니까. 세상은 변덕이 심해 삶은 언제나 공평하지 않으리라. 한결같은 믿음으로 산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 그러기에 주님께서 위로하신단다. 소나무처럼 푸른 꿈을 안고서 살아가자.

 

그때에 예수님께서 깨어 있어라.” 면서 이르셨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예수님은 주인이 밤중이든 새벽에 오든마냥 잘 지내라신다. 종말을 염두에 둔 게다. 하지만 종말로만 가는 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평소의 삶 그 자체가 정말 종말적이어야 할 게다. 그것 자체가 삶의 결과일 뿐이니까. 훌륭하게 산 이가 허망한 끝을 맞이할 리가. 평소 믿음에 열심이었던 이는 구원뿐이리라. 그러니 미래는 주님께만 맡기고, 인내로 깨어 있는 삶을 살자.

 

사실 액면 그대로 종일 자지 않는다고 깨어 있는 삶이 결코 아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그야말로 어울리는 게 깨어 있는 삶이니까. 언젠가 해야 할 것이면 지금해야 할 게고, 하지 않을 건 지금하지 말아야 하리라. 그게 현재와 어울리는 삶이요, 여기서 깨어있는 진정한 삶이다. 여기 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에도 어울리게 하자. 몸은 성당인데 마음은 바깥이라면 문제이다. 기도하는 곳에는 기도만 일터에서는 일에만 전념하자. 중요한 건 지금 그리고 이곳이다.


그런데도 오늘을 사는 우리는 지난 일을 후회하느라 현재를 팽개쳐 놓치고, 앞날을 걱정하느라 지금 해야 할 걸 시도 때도 없이 뒤로만 미룬다. 분명한 것은 지난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장차 다가올 건 미리 만날 수 없다. 그렇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그러니 그분 보시기에 늘 좋은 모습으로, 오늘 지금을 멋지게 살자. 그분께서는 은총으로 거저 베푸시는 분이시니까.

 

우리는 지상에서 천상을 향하는 나그네의 삶을 살아간다. 우리에게 주어진 알 수 없는 그 수명은, 당신 부르심에 응답 시까지는 손수 주신 준비 기간일 게다. 오직 단 한 번의 최후의 심판을 위해 오실 그분을 철저하게 신뢰하면서, 허리에 확실히 띠를 두르고 등불 켠 채 깨어 기다리는 삶을 열심히 살아가자. 어쩜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극적이다.

 

지금은 거울을 보듯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때는 얼굴을 맞대고 보듯이 모든 것이 분명하리라는 말씀처럼, 우리에게 그때는 하느님 만나는 순간이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 최고의 행복이 하느님을 만나는 일이라면, 종말은 고통이 아니라 행복의 완성이라는 것을 알게다. 예수님께서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기다리라고 하시는 것은, 우리가 그런 행복을 기다리기 때문에. 밤새 허리에 띠 매고 등불 켜 놓고 그분 기다린 이에게 내릴 주인의 은총이다. 이것은 평생 만남을 준비한 삶으로 그날만 기다려 온 믿는 이들에게 손수 주실 하느님 선물일 게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혼인 잔치,등불,허리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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