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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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0-22 | 조회수160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루카 12,35-38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있는 종들!”
한국과 중국, 일본에 걸쳐 폭넓게 자생하는 묘목 중에 “모죽(毛竹)”이라는 이름의 대나무가 있습니다. 이 대나무는 땅에 심어 놓아도 5년이 될 때까지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5년이 지나면 작은 싹이 올라오고 그 후부터는 하루에 7-80cm씩 무섭게 성장하여 나중에는 키가 30미터가 넘는 큰 나무가 된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모죽’의 모습을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또한 워낙 빠른 속도로 큰 ‘덩치’로 자라다보니 줄기가 부러지거나, 혹여 뿌리가 약해 쓰러지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식물학자들이 그 나무의 뿌리를 조사해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모죽’의 뿌리가 나무 주변 십리 반경에 걸쳐 사방으로 넓고 깊게 뿌리를 내려 단단하게 기초를 다져 놓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듯 답답하게만 여겨졌던 ‘5년’이라는 시간이, 모죽에게는 세상으로 나갈 날을 고대하며 땅 속 깊은 곳에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기다린 ‘인고’의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물에 열을 가하면 ‘수증기’가 된다는 것은 과학시간에 배워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섭씨 0도에서 99도에 이르기까지는 아무리 열을 가해도 물은 그냥 물일 뿐입니다. 그 어떤 물질적인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99도에서 1도가 올라 100도가 되는 순간 액체였던 물은 순식간에 질적 변화를 일으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인 ‘기체’가 됩니다. 우리는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온도인 섭씨 100도를 ‘기화점’이라고 부르지요.
우리의 삶에도 ‘기화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보내는 ‘인고의 시간’은 때로 너무나 힘들고 답답하게만 느껴집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데도,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힘든 것도 참아가며 주님의 뜻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데도, 겉으로 보기에 나의 삶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떄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나만 손해보고 사는 것 같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뿌린대로 갚아주지 않으시는 하느님이 원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님의 뜻 안에서 깨어보내는 인고의 시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헛된 시간이 결코 아닙니다. 언젠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때’가 무르익었을 때 자유로운 존재가 되어 ‘하느님 나라’로 올라가기 위하여, 구원의 시간이 언제 찾아오든지 즉시 ‘영혼의 기화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뜨거운 사랑으로 자신을 가열하는 시간인 것입니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차가운 물이 갑자기 끓을 수는 없는 것처럼, 우리가 평소에 하느님과는 상관없는 차가운 모습으로 살다가 갑자기 착한 일 몇 번 했다고 해서 하느님 나라에 갈 수는 없는 법이지요. 언제든지 끓어오를 수 있도록, 구원의 부르심에 즉시 응답할 수 있도록, 늘 사랑으로 자신을 뜨겁게 가열하여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있는 종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재림하시는 날에 ‘우연히’, ‘운 좋게’ 착한 일을 한다고 해서 구원받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구원은 ‘우연히’ 일어나는 사건도 아니고, 단순히 ‘운’에 기대어 주어지는 ‘복불복’도 아닙니다. 세상에 나갈 날을 기다리며 5년 동안 철저히 깨어 준비하는 ‘모죽’처럼, 하느님 나라에서 큰 나무로 자랄 날을 기다리며 철저히 깨어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내 영혼이 하느님 사랑으로 뜨거워져 있어야 내가 하느님 나라에서 누리게 될 행복도 더 크고 완전해질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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