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나해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성령의 불이 붙은 리더: 내외적으로 적을 만든다> 복음: 루카 12,49-53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엘 그레코 작, (1600-1605),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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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그 사람이 하는 일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먼저 해야 할 일도 안 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들의 목적은 오로지 보수에만 있기에 일에서 흥미를 찾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이 고위직에 앉으면 그 회사나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로마 황제 네로(서기 37~68년)를 꼽고 싶습니다. 바티칸 박물관에 가서 보면 그의 목욕 욕조가 엄청나게 큰 붉은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일보다는 사치와 시, 연기 등에 더 관심을 가졌고 로마 대화재도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그랬다고 뒤집어씌워 박해와 같은 수단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의무에 대한 충실성이 부족하고 제국의 통치를 소홀히 하여 광범위한 불만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황제를 목숨 걸고 수호해야 하는 근위대까지도 그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원로원도 네로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했습니다. 자신의 체포와 잔혹한 처형이 불가피하다는 소문을 들은 네로는 처형이라는 치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목숨을 끊기로 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대단한 예술가를 잃고 있는가!” 무능한 리더는 내부에서만 적을 만듭니다.
그다음은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도 리더의 자격이 없습니다. 코닥 필름을 이끌었던 CEO 케이 위트모어(Kay Whitmore, 1990~1993)가 그러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재임 동안 수익성을 유지하고 사진 필름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했습니다. 회사는 표면적으로 여전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고, 그는 특별히 무능하다고 인식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코닥의 리더십은 디지털 혁명을 충분히 일찍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수익성이 높은 필름 사업에 너무 집중하여 디지털 사진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위트모어는 업계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는지 예측할 수 있는 비전과 사진의 미래를 향해 회사를 전환하려는 결단력이 부족했습니다.
코닥의 디지털 기술 전환 지연으로 인해 경쟁업체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주도하게 되었고 결국 코닥은 쇠퇴하게 되었습니다. 코닥이 마침내 따라잡으려고 시도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고 회사는 2012년에 파산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지금 삼성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열심히는 일하지만, 그래서 겉으로는 수익이 나서 나무라는 사람이 없지만, 이런 사람도 결국 한 나라나 회사, 가정을 말아먹게 됩니다. 할 일만 하는 리더는 내외부에서 다 적을 만들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사명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리더로 적합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애이브러햄 링컨’의 사례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대통령직 내내 극심한 반대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도덕적 신념, 비전, 결단력 측면에서 그에게 기대했던 것 이상을 보여준 탁월한 지도자의 모델입니다. 그는 노예해방까지 주장하며 남북이 전쟁하게도 했습니다. 사실 노예제도 해방 문제로 전쟁을 해야 할 때 적들에게만 반대를 받은 게 아니었습니다. 내부에서도 반대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자기 사명으로 여겼습니다.
링컨은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심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는 신문에 희화화되었고, 정치적 경쟁자들의 공격을 받았으며, 심지어 자신이 속한 당의 일부 구성원들로부터 멸시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국가를 위한 장기적인 비전에 계속 집중했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조국을 보존하고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것 이상을 실천한 지도자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링컨이 오늘날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기억되는 것은 바로 그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을 감히 행했기 때문입니다. 즉각적인 우려를 뛰어넘고, 반대를 견디며, 더 큰 이익을 위해 용감한 결정을 내리는 그의 능력은 어떤 상황에서든 리더에게 강력한 모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신도 불이 붙었고, 그 불의 열정은 자신을 짓누릅니다. 또 분열을 일으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자기 할 일에만 충실한 사람은 큰 분열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성령의 불이 붙은 사람은 내부와 외부에서 다 큰 분열을 일으키지만, 결국 한 가정이나 회사, 나라를 부흥시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모델이 고 김수환 추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단체의 리더를 뽑을 때 성령의 열정으로 분열을 초래하는 사람을 뽑는다면 그 단체의 장래는 밝을 수밖에 없지만, 안정만 추구한다면 그 장래는 밝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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