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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수철 신부님_시같은 인생 '인생은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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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10-24 조회수137 추천수9 반대(0) 신고

 

“불, 세례, 참평화, 기도”

 

 

30년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는 강론과 글귀가 있습니다. 세수하던중 물이 가득 담긴 프라스틱 세수대야 바닥의 영문 글귀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Life is beautiful(인생은 아름다워라)”

 

이 말씀을 주제로 썼던 강론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작품은 아름다운 시적 문장으로 가득하다 합니다. 시적 문장이 아름다우며 감동과 더불어 치유를 선사합니다. 문장뿐 아니라 언행도 시적이면 얼마나 아름다운 인생일까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또스트에프키의 예술관을 응축한 말마디도 잊지 못합니다. ‘시처럼 살고 싶다’란 오래 전 글을 나눕니다.

“시처럼 살고 싶다

 하얀 여백의 종이 위에 시처럼

 침묵의 여백의 시공안에 시처럼 살고 싶다

 여백을 가득 채운

 수필이나 소설이 아닌

 시처럼 살고 싶다”<1998.1.24.>

 

옛 어른의 다음 말씀도 시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좋은 지침이 됩니다.

“속이 비어 있으면 길게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것을 가리켜 변명이라고 일컫는다.”<다산>

“군자는 말을 아끼고 소인은 말을 앞세운다.”<예기>

 

시적인 아름다운 말이라면 짧고 순수할 수 뿐이 없습니다. 투병중인 최인호 소설가를 찾았을 때 잠시 바닷가를 걸으며 당시 샘터 수습기자이던 한강에게 했다는 말도 생각납니다.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강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네가 그것을 알았으면 좋겠어. 인생은 아름다운 거다.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한강은 이어서 씁니다.

“내가 그걸 영영 알지 못할까 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인 것처럼 그렇게 반복하셨다...잊지 않을 것이다.”

 

온갖 고초를 겪고 세상을 떠나 천상병 시인의 귀천의 마지막 구절을 기억할 것입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아름다운 소풍 인생이라 해도 좋고, 아름다운 휴가 인생이라 해도 좋습니다. 어제 미사시 입당성가(402장)의 감동도 잊지 못합니다. 어제따라 깊게 마음을 울렸습니다.

“오 아름다워라 찬란한 세상 주님이 지었네

 오 아름다워라 찬란한 세상 주님과 함께 살아가리라.”

 

예전 “나 죽으면 장례미사시 ‘오, 아름다워라’로 시작하는 입당 성가에, 퇴장 성가는 ‘오, 감미로워라로 시작하는 성 프란치스코의 태양의 찬가를 부탁하겠다” 말했던 적도 생각이 났습니다. 한 번 뿐이 없는 유일무이한 인생! 누구나의 소망이 아름다운 인생일 것입니다. 시작하면 언제나 늦지 않습니다. 오늘 지금부터 심기일전하여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주님 말씀이 그 아름다운 인생의 비결을 알려 줍니다.

 

첫째, 주님은 사랑의 불입니다. 성령의 불, 말씀의 불입니다. 주님 사랑에, 성령에, 말씀에 불붙어 주님의 불이 되어 아름다운 열정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랑의 불꺼진 인생이라면 살아 있어도 죽은 인생입니다. 주님의 우리를 향한 간절한 소망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니 끊임없이 주님 사랑의 불이, 성령의 불이, 말씀의 불이 되어 어둡고 찬 세상, 밝고 따뜻한 사람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주님은 날마다 미사와 기도,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사랑의 불을 붙여 주십니다. 

 

둘째, 주님의 세례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시련과 고난을 주님의 세례에 참여하여 부활의 계기로, 비움과 겸손의 계기로 삼는 것입니다. 값싼 인생은 없습니다.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그러니 우리의 온갖 고통을 주님의 세례에 합류시킬 때 점차 주님과 함께 파스카의 기쁨, 영적승리의 삶을 누릴 것입니다.

 

셋째, 주님의 참평화를 사는 것입니다. 결코 값싼 평화는 없습니다. “거짓평화를 주지 마라”(성규4,25)는 성 베네딕도의 말씀입니다. 세상이 범람하는 거짓평화, 가짜평화, 값싼평화요, 이런 평화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빛과 어둠, 진리와 거짓, 생명과 죽음, 희망과 절망을 가르는 주님이요 이런 분열은 파괴적 분열이 아닌 창조적 분열이요 참평화에 이르는 과정적 분열입니다. 그러니 생명이자 빛이요 진리이자 희망이신 주님과 일치되어 살아갈 때 창조적 분열, 과정적 분열을 슬기롭게 인내하면서 통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고통중에도 예수님처럼, 성인들처럼 깊은 내적 참평화를 누리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의 전형적 모범이 제1독서의 바오로 사도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교회를 위한 기도가 참 아름답습니다. 바오로의 기도를 내기도로 바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 결정적인 것이 바로 이런 기도입니다. 성령으로 내적인간이 굳세어지기를, 그리스도께서 마음 안에 사시기를, 사랑에 뿌리내리고 살아가기를,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하여 주시기를 간청하는 것입니다. 

 

값싼 은총도, 값싼 평화도, 값싼 행복도, 값싼 아름다운 인생도 없습니다. 자발적 찬미와 감사, 자발적 기쁨과 노력으로 항구히, 끝까지 주님과 하나되어 온갖 시련과 고난을 통과해 가는 것입니다. 여기에 날마다 공동전례기도인 미사와 시편성무일도 수행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 기도에 전념하는 모습이요 일에 전념하는 모습입니다. 기도와 일이, 기도와 삶이 하나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이 거룩한 미사전례중 가난한 빈손으로 겸손히, 순수한 믿음, 순수한 희망, 순수한 사랑의 모습일 것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을 닮아 날로 아름다운 인생으로 변모시켜 줍니다.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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