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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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0-24 | 조회수106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루카 12,49-53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많은 신자분들이 오늘 복음을 받아들이기를 어려워 하십니다. ‘누가 오른 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라’고 하셨던 주님께서, 당신을 붙잡으러 온 성전 경비병의 귀를 칼로 내리친 베드로에게 그 칼을 칼집에 도로 꽂으라고 하셨던 그분께서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그 불이 활활 타올랐으면 좋겠다고까지 하시기 때문입니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태우고 생명마저 앗아가는 화재는 조심하고 막아야 할 재앙일진데, 평화의 주님께서 그런 재앙을 일으키시겠다는 걸로 들리니 당황스러운게 당연할 겁니다. 더구나 사랑의 주님께서 당신을 믿는 신앙 때문에 한 가족끼리도 서로 갈라져 맞서고 다투게 된다고 하시니 신앙생활을 계속하는게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테지요.
하지만 오늘의 복음말씀은 곧이곧대로,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 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지 그 의중을 헤아려야 문장 사이에 숨어있는 참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예수님께서 세상에 지르시겠다는 ‘불'은 모든 것을 다 태워 없애버리는 재앙의 불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뜨겁게 타오르게 만드는 ‘사랑의 불’을 뜻합니다. 그 사랑의 불을 사람들 마음 속에 타오르게 하심으로써 그들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통해 구원받게 하시겠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는 말씀은 곧 ‘나는 사랑을 통해 사람들을 구원하러 왔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런 예수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그분께 엉뚱한 것만 기대하고 있으니,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서로를 사랑할 생각은 하지 않고, 상대방을 이용하여 자기 잇속만 챙길 생각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하고 탄식하십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사랑의 불이 활활 타올랐다면, 그래서 하느님과 이웃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그만큼 더 많은 이들이 보다 빨리 구원받을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지요.
다음으로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오신 게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는 말씀은 예수님이 사탄처럼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어 분열시키시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분열’이라는 현상은 예수님이 지향하시는 바가 아니지요. 예수님은 그저 사람들이 당신 뜻을 받아들이고 따름으로써 당신께서 주시는 참된 평화를 누리기를 바라실 뿐인데, 세상 것들에 대한 욕심과 집착에 휘둘려 그분 말씀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이들이 많기에, 하느님 뜻에 순명함으로써 그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게 되는 평정심을 얻고자 하는 이들은 별로 없고, 강한 힘으로 남들을 억압하고 그 위에 군림하며 혼자만 좋은 것을 누리는 강압적이고 이기적인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많기에 자연스레 세상에 분열이 생기게 됨을 말씀하시는 겁니다. 즉 주님께 대한 믿음 안에서 평화를 찾는 이들과 세속적인 부와 권력이 가져다주는 가짜 평화를 찾는 이들 사이에 갈등과 분열이 생기게 되는데, 주님께서는 그 상황을 적당주의와 안일주의로 대충 넘어가지 않으시겠다는 것이지요.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는 이는 ‘다름’은 포용하지만 ‘틀림’에는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사랑을 추구하는 이가 다름을 배격하고 틀림에 적당히 타협하려 드는 모습과는 정 반대입니다. 주님을 진정으로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느님 뜻에 비추어 틀린 것은 틀렸다고, 잘못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당히 세상 눈치를 보며 타협하려 들지 말고 철저하게 하느님 뜻을 따라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분열과 갈등이 생겨 힘들겠지만 모든 것은 결국 ‘사필귀정’, 하느님 뜻대로 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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