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9주간 토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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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0-26 | 조회수103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29주간 토요일] 루카 13,1-9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
오늘 복음의 핵심 주제는 ‘회개’입니다. 회개는 마음을 고쳐먹고 돌아서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뜻하지요. 그런데 무엇으로부터 돌아서야 할까요? 내가 지은 죄에서 돌아서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부족하고 약한 존재인 나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씩, 종류도 이유도 양상도 다양한 죄를 짓고 사는데, 죄로부터 돌아서는데에만 신경을 쓰다보면 내가 꾸준히 나아가야 할 참된 방향을 잃어버린 채 수많은 죄들 사이를 방황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서 돌아서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 뜻을 따름으로써 구원받는데에 가장 큰 문제는 나 자신을 믿는 교만입니다. 그 교만 때문에 나태함과 안일함에 빠져 죄를 짓게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함부로 믿음으로써 그를 ‘원수’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을 믿는 교만에서 돌아서서 하느님의 자비에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는 믿음으로 나아가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마음을 바꾼다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바뀌는 게 사람 마음이라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지만, 그렇게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마냥 시시각각 바뀌는 건 그 때 그 때의 취향과 호불호일 뿐,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근본적인 마음가짐은 잘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머리로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그래서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마음이 그 생각을 따라오는 게 더디기에, 우리는 그 속도 차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알면서도 여러 잘못을 저지르게 되지요. 그러면서도 머리로는 알겠는데 생각처럼 잘 안된다고, 이런 내가 정말 답답하고 어리석게 보이겠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걸 어떻게 하느냐고 책임을 회피하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의 비유’는 예수님께서 그런 우리에게 보내시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입니다. 그 비유를 보면 포도 재배인은 3년이나 기다렸음에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베어내려는 주인을 만류하며 이렇게 말하지요.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 우리에게 한 번이라도 구원받을 기회를 더 주시기 위해, 한 사람이라도 더 구원하시기 위해 하느님 아버지께 전구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그런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어렵게 얻은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겁니다. 여기서 ‘올해’라는 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을 가리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기쁨이라는 거름을 주시고 용기와 힘을 낼 수 있도록 축복해 주시며, 믿고 기다려주시는 지금 이 시간을 우리는 절대 허투루 흘려 보내서는 안되겠지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즉시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려 그분께서 바라시는 뜻을 열심히 헤아리고 실천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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