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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 첫째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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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1-02 조회수87 추천수3 반대(0) 신고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 첫째미사] 마태 5,1-12ㄴ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오늘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특히 연옥 영혼들이 하루 빨리 정화의 고통을 끝내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날입니다. 가톨릭 교회에서 이처럼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을 특별히 정한 것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죽으면 모든 게 다 끝장난다는 절망감 때문에, 죽음을 나와는 상관 없는 일로 여겨 외면하고 죽음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들을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언제 어떻게 죽게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시시각각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지요.

 

그러니 무작정 죽음을 외면할 게 아니라 내 일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참으로 모순된 말처럼 들리시겠지만 우리 삶은 죽음이 있기에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죽음이 없다면 살면서 수도 없이 반복하게 될 실수와 잘못, 육체적 정신적인 질병과 고통,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려 내 힘으로 되돌릴 수 없는 관계와 실패들을 어떻게 다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죽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죽음이 있어 정신 바짝 차리고 하루 하루를 살 수 있으니, 죽음이 있어 고통과 시련, 슬픔과 절망도 언젠가 끝나게 되니 죽음은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있어 정말 소중한 일부입니다.

 

죽음을 내 일부로 받아들이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힘은 하느님께 대한 참된 믿음으로부터 오지요.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그 믿음을 통해 마음 속에 지니게 되는 참된 희망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우리가 부족하고 약한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들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해 죽게 하심으로써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의롭게 되어 하느님의 자녀로 변화된 우리가 다가올 종말의 때에 구원받게 된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굳게 믿으며 최선을 다해 그분 뜻을 실천하며 살면, 우리는 죽음이라는 강을 건너 마침내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부활할 사람들입니다. 죽음 없이는 부활할 수 없으니 죽음은 부활로 나아가는 여정의 출발점입니다.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하느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지 않을까 두려워해야 합니다. 죽음의 순간 후회하게 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주님의 뜻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면 죽음이라는 종말의 순간을 앞두고도 하느님 나라에서 받게 될 큰 상을, 그곳에서 누리게 될 참된 행복을 생각하며 지금 여기에서부터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진정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오늘 위령의 날을 기념하는 이유입니다. 그저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만 하는 날이 아니라, 내가 연옥에 가지 않도록, 죽음 이후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게 이 세상에서 하느님 뜻을 충실히 따르며 살겠다고 다짐하는 날이기도 한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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