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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수철 신부님_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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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11-03 조회수127 추천수8 반대(0) 신고

 

“하느님 중심의 삶”

 

 

요즘 단풍으로 울긋불긋 타오르는 한국 만추(晩秋)의 가을은 어디나 아름다워 지상 천국같습니다. 가을 노년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참 좋은 사랑 공부의 계절입니다. 10월 내내 저를 행복하게 한 두 시가 실감나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요즘 아름다운 자연에 에워싸여 있는 제 집무실 문을 열 때 마다 단풍 장엄하게 물든 가을 산야(山野)를 바라보며 수없이 외워보는 두 짧은 자작 애송시입니다. 

 

“산앞에 

 서면

 당신앞에

 서듯

 행복하다”

 

단풍 불타오르는 만추의 가을산앞에 서면 아름다운 사랑의 하느님앞에 서듯 참 행복을 느낍니다.

 

“가을엔

 이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모두가 이쁘다

 작은 풀잎들, 나뭇잎들, 들꽃들...

 마침내

 하늘 사랑으로 울긋불긋 타오르는 단풍되니

 모두가 이쁘다

 너도 이쁘고 나도 이쁘다”

 

하느님 사랑에 물들면 이웃사랑으로 표현되는 아름다운 인생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 사랑에 그 마음이 불타오르면 누구나 다 예쁩니다. 너도 이쁘고 나도 이쁩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 사랑은 이웃사랑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오늘 옛 어른의 말씀도 사랑이 답임을 깨닫습니다.

 

“마음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비우는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마음은 떠나 보내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이다.”<다산>

누구나의 무한한 마음을, 가슴을 채울수 있는 것은 사랑뿐입니다. 

“학문의 목적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데 있다.”<맹자>

그렇습니다. 모든 공부의 목적은 잃어버린 사랑을, 하느님 사랑을 찾는데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서도 하느님 사랑을 읽습니다. 11월 기도지향은 “아이를 잃어버린 이들을 위해서”입니다. 부모나 배우자를 잃은 이들에게는 위로할 말이 있어도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에게는 위로할 말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공동체 안에서, 또 위로의 성령으로부터 마음의 평화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어제 위령의 날에는 아이들의 무덤들이 있는 로마의 “천사들의 정원’(Garden of Angels)”이라는 묘지에서 위령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앞서 모든 성인의 날 미사때는 “주님의 도움으로 거룩함에 대한 열망을 일깨우도록 하자”는 요지의 강론을 하셨는데, 거룩함 대신 사랑을 넣어 “사랑에 대한 열망을 일깨우도록 하자”해도 그대로 통하겠다 싶었습니다. 사랑할수록 거룩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인생은 사랑의 학교입니다. 평생사랑공부의 수행이 아름다운 인생을 만듭니다. 졸업이 없는 사랑의 인생학교요 죽어야 졸업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신원은 평생사랑을 공부하는 평생 사랑의 학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결코 사랑에 지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오늘은 구체적 사랑 방법에 대해 나눕니다.

 

첫째, “하느님을 사랑하라”입니다.

어제 위령의 날 미사중 화답송 후렴,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시다” 노래하는 순간, 주님이 없으면 누가 무엇이 우리의 빛이 구원이 되겠는가 생각하니 정신 아찔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도대체 우리 삶의 중심 자리에 하느님이 아닌 누구를 모실 수 있겠는지요! 이래서 하느님 중심의 삶을 그토록 강조하는 것입니다. 

 

“저의 힘이신 주님,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오늘 화답송 후렴입니다. 도대체 사랑의 하느님이 없으면 누구에게 이런 사랑을 고백할 수 있을런지요! 그러니 우선적인게 하느님 사랑입니다. 신명기의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모세의 말씀은 오늘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서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모세의 권고입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예수님은 이 말마디 안에 “정신을 다하고”한 대목이 추가됩니다. 오늘날 세계 도처에 난민들이 차고 넘칩니다. 그러나 하느님 중심을 잃은, 사랑에 굶주린 영적난민들은 곳곳에 널려 있으며, 수도원에도 끊임없이 찾는 영적난민들입니다. 하느님 중심을 잃어 스스로 자초한 영적난민들입니다. 하느님 중심에 정주하는 정주영성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는 작금의 현실입니다.

 

둘째,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입니다.

역시 하느님 사랑에 이어 이웃 사랑도 명령이자 의무입니다. 예수님께 호의적인 율법학자는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을 물었는데 예수님은 지체없이 이웃사랑을 추가합니다. 613개 율법을 요약한 사랑의 이중계명입니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습니다. 

 

이 사랑의 이중계명 실천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다며 화답하는 율법학자에게 주님은 흡족해 하시며 “너는 하느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말씀하십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이 계십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바로 오늘 이 자리가 하느님 나라의 실현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살아야 할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은 하나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진정성은 이웃 사랑으로 검증되며 하느님 사랑에 뿌리내리고 있는 이웃사랑입니다. 진정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이웃을 사랑할 수 뿐이 없습니다. 우선순위로 구별할 수는 있을지언정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사랑입니다. 모든 사랑이 하느님으로부터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셋째, “예수님을 사랑하라”입니다.

예수님이야말로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의 빛나는, 영원한 모범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온맘으로 사랑했고 가난한 이웃을 온맘으로 사랑했던 사랑의 이중계명의 빛나는 모범이 예수님입니다. 성 베네딕도 역시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라 하십니다. 사랑의 으뜸자리에 예수님을 놓으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은 저절로 예수님을 사랑할 수뿐이 없습니다. 하느님 사랑의 극치를 표현하는 주님의 십자가이자, 수직의 하느님 사랑과 수평의 이웃사랑을 상징하는 주님의 사랑의 십자가요, 이 두 사랑이 만나는 중심 자리에 늘 파스카의 예수님이 계십니다. 

 

넷째, "성체성사 미사를 사랑하라."입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이중계명의 모범인 예수님을 사랑하며 성체성사 미사를 사랑합니다. 사랑의 이중계명 실천의 마르지 않는 샘이 바로 성체성사이며,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 예수님이자 가톨릭교회의 미사인 성체성사라 저는 단언합니다. 

 

이 거룩한 미사의 집전자는 누구입니까? 바로 오늘 제2독서 히브리서가 소개하는 대사제 예수님입니다. 늘 우리와 함께 하시는 파스카의 주님이자 대사제 예수님이십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예수님을 그 사랑으로 사랑하고, 참으로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랑으로 미사를 사랑합니다. 우리의 영원한 대사제 예수님입니다.

 

“그분께서는 영원히 사시기 때문에 영구한 사제직을 지니십니다. 따라서 그분께서는 당신을 통하여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언제나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늘 살아 계시어 그들을 위하여 빌어 주십니다. 사실 우리는 이런 대사제가 필요했습니다. 거룩하고 순수하시고 순결하시고 죄인들과 떨어져 계시며 하늘보다 더 높으신 분이 되신 대사제이십니다.”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 깊고 아름다운, 우리를 위해 제대에서 끊임없이 희생제사 미사를 봉헌하는 사랑의 대사제 예수님이신지요! 희생제사와 밥상의 이중 역할을 하는 주님의 제대가 참 고맙고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대사제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께 청탁을 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계시니, 바로 하느님 오른쪽에 영원히 좌정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에게 사랑의 이중계명 실천의 마르지 않는 샘이 됩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이웃을, 예수님을, 주님의 성체성사 미사를 사랑할 때 그대로 펼쳐지는 하느님의 나라요 이런 사랑을 끊임없이 부어주시는 주님의 미사은총입니다. 

 

“주님께서는 살아계시다!

 나의 반석께서는 찬미받으시리니,

 내 구원의 하느님께서는 드높으시도다.”(시편18,47).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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