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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오로지 자신을 철저히 내어놓는 그 삶을 / 연중 제31주간 수요일(루카 14,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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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11-05 조회수76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오로지 자신을 철저히 내어놓는 그 삶을 / 연중 제31주간 수요일(루카 14,25-33)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 될 수 없다. 또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이 역시,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정말 황당하다. 마치 가족을 멀리해, 형제자매를 미워해야만 제자가 될 수가 있다나.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리라.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누구나 가족에게는 기대를 건다. 자녀들에게서도 희망은 찾는다.

 

예수님께서는 사랑보다는 조금 다르게 당신을 따르려면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해야 한단다. 사랑하라고 가르치시는 예수님께서 무엇을 미워하라고 가르치시다니 다소 의아하다. 그러나 이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자기 목숨을 미워하라는 게 아닌, 당신을 그 무엇보다도 더 사랑하라는 가르침이다.

 

주님께서 맺어 주신 가족은 소유가 아니다. 관계이다. 가족이 주는 십자가는 작게 보여도 쾌나 무겁다. 사랑의 관계이기에.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게 십자가이다. 자신 뜻만을 고집하다보면, 가족은 서로가 서로에게 십자가이다. 다투고 멀어지는 이유이다. 내 뜻과 네 뜻의 공통분모를 찾아보자. 그리고 그 공통분모를 예수님 뜻에 일치시키려 애써 보자. 그게 삶의 즐거움이기에.

 

누구를 따른다는 말에는 순종’(順從)순명’(順命)이라는 말이 있다. 그게 같게 보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난다. 순종은 좇아서 따르는 것, 순명은 명령만을 따르는 것이다. 순종은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면이, 순명은 타율적이고 강제적인 게 다르다. 주님 따를 때에는 순명보다는 순종 쪽이 더되어야 될 게다. 어쩜 순종은 아이가 부모를, 순명은 종이 주인을 따르는 것이기에.

 

우리가 주님께 순명보다 더 순종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그분을 따르려면, 역시 스스로 모든 걸 훌훌 털고 일어나야만 한다. 사실 예수님 제자가 되려면 그분을 끝까지 따를 각오가 있어야 한다. 가족을 더 사랑해서도 안 되며, 세상의 모든 것을 과감하게 끊고 주님께서 주신 십자가를 지고 따르자. 곧 우리 삶에서 그분만이 첫째가 되고 가장 중심이 되도록 하자. 그러면 은총이 언제나 함께 해 줄게다. 이처럼 그분 뜻이 언제나 먼저다.

 

자신의 판단을 고집하고 싶을 때, 주님 가르침을 더 많이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하늘의 기운이 안내를 하리라.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의 동의와 협력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는 분이시다. 그러기에 그분 제자가 되려면, 내가 포기해야 할 것과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무엇인지를 살피자. 하느님이 첫 자리 차지하도록 하자. 이제라도 그 자리에 예수님을 모시자.

 

사실 우리는 스스로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도, 또 그분 마음에 어쩜 들 수도 없는 이들이 될 수도. 그래서 우리에게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호의가 필요하기에, 먼저 우리의 부족함을 솔직히 고백하며 하느님과의 화해를 꼭 청해야만 할게다. 이렇게 보니 예수님의 참된 제자가 되는 오직 한 길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 호의에 기대며 자신을 철저히 내어놓는 그것뿐 일게다. 지금껏 자신의 출세만을 삶의 이유로 여겼다면, 이제는 예수님 가르침으로 온 마음을 무장하자. 그리하여 그 안에 숨겨졌던 주님 뜻을, 정말 마음을 다해 열심히 찾아 실천하자. 십자가 뒤에는 꼭 부활이 있다. 그러니 순명보다는 순종으로 그분만을 따르자. 그게 부활의 은총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제자,형제자매,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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