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이전글 괜찮은 척하며 사는 거지/이해인  
다음글 오늘의 묵상 [11.08.금] 한상우 신부님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11-08 조회수275 추천수6 반대(0)

2006년 캐나다 토론토에 살 때입니다. 한국에서 온 형제님이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신부님! 이제 영어 많이 느셨겠네요? ‘원님 덕분에 나팔 분다.’라는 말을 영어로 어떻게 하나요?” 저는 그때 당황했습니다. 한참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Because of Jesus, I can live well in Toronto.” 형제님은 저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요즘 비슷한 일이 생겼습니다. 5년 동안 본당 신부로 있었던 전임 신부님이 달라스를 방문했습니다. 저하고는 동창 신부입니다. 교우들이 신부님을 따뜻하게 맞이했습니다. 신부님을 초대하는 자리에 저도 함께 초대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즐겁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신부님을 초대했는데, 신부님이 사정이 생겨서 못 왔습니다. 이왕 약속을 잡았으니, 제가 대신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혼인 잔치에 초대된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잔치를 마련한 주인은 자리가 남으니, 길가에 있는 사람이라도 초대하라고 종에게 말했습니다. 멀리서 벗이 왔으니, 참 좋은 일입니다. 감사하면 감사할 일이 생깁니다. 기뻐하면 기뻐할 일이 생깁니다.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은 3년 후면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지금의 자리에 성당을 세울 때까지 2번의 이동이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 성당은 시내에 있는 성당이었다고 합니다. 독일계 이민자들이 세운 성당을 얻었다고 합니다. 교우들은 당시의 성당을 다운타운 성당이라고 불렀습니다. 공동체가 커지면서 새로운 성당을 찾았고, 임시로 성당을 얻었는데 창고처럼 생겼다고 해서 교우들은 창고 성당이라고 불렀습니다. 교우들은 지금의 성당 터를 매입했고, 40주년이 되던 2017년에 아름다운 성전을 완공했습니다. 넓은 주차장이 있고, 성당에는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있고, 공동체가 함께 머물 수 있는 친교실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운동할 수 있는 농구장이 있습니다. 지난 10월에 피정 강의를 왔던 수녀님이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성당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 드는 것은 성당이라는 건물은 아니었습니다. 신부님, 수녀님 집무실 앞에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사제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형제처럼 함께 찍은 사진, 수도자와 성직자가 환하게 웃으면서 함께 찍은 사진이 무척 아름답게 보였답니다.” 그렇습니다. 성당이 아름다운 건 건물 때문이 아닙니다. 성당이 아름다운 건, 그곳에서 공동체를 이루는 교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교황님들께서 지내시던 성전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오랜 박해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알려 주는 성전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교회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음을 알려 주는 성전입니다. 성전은 기도하는 곳입니다. 성전은 친교를 나누는 곳입니다. 성전은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와서 위로를 얻는 곳입니다. 성전은 생명의 빵을 나누는 성사가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성전은 성전만으로 남으면 단순히 건물일 뿐입니다. 성전은 그곳에서 신앙생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의 몸이 바로 생명의 물이 흘러나오는 성전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몸에서 가난, 순결, 순명의 물이 흘러나오면 세상에는 평화가 올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몸에서 믿음, 희망, 사랑의 물이 흘러나오면 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도 이미 하느님 나라를 사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베들레헴 성당 문에 있었던 글이 생각납니다. “여러분이 관광객으로 오셨다면 순례자가 되셔서 나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순례자로 오셨다면 거룩한 사람이 되셔서 나가면 좋겠습니다.”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주님께서 머무시는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그릇은 그 안에 무엇을 담는가에 따라서 가치가 더욱 드러납니다. 탐욕, 거짓, 분노, 교만을 담으면 겉은 화려해도 속에서는 악취가 날 것입니다. 믿음, 희망, 사랑을 담는다면 비록 질그릇과 같을지라도 그리스도의 향기가 전해질 것입니다.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야,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을 기억하고, 성경과 그분께서 이르신 말씀을 믿게 되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