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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봉헌은 ‘많이’가 아닌, ‘정성’ / 평신도 주일 [나해](마르 12,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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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11-09 조회수62 추천수0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봉헌은 많이가 아닌, ‘정성’ / 평신도 주일 [나해](마르 12,38-44)

 

평신도는 예수님께서 손수 선택한 백성으로서,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신자를 가리킨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를 통하여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리하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러한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서 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단체 협의회의 결성과 더불어, 해마다 지정된 날을 정해 평신도 사도직의 날로 지내기로 하였다. 이는 평신도들에게 주어진 사도직 사명을 깨닫게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래서 1970년부터는 연중 마지막 주일의 전 주일을 평신도 주일로 지내다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연중 마지막 전 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정해서, 2017년부터 한 주 당겨 지내고 있다.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율법 학자들을 조심하라고 이르셨다. “그들은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 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한다. 이러한 자들은 더 엄중히 단죄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는 헌금함 맞은쪽에 앉으시어 사람들이 헌금함에 돈을 넣는 모습을 신중히 보고 계셨다. 많은 부자들이 큰돈을 넣었다. 그런데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와서는 매우 정성스럽게 렙톤 두 닢을 넣었다. 그것은 콰드란스 한 닢인 셈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불러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한 것은 다른 이들보다 많이 넣었다. 저들은 풍족한 데에서 넣었지만, 그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다.”’

 

그리스도교는 많은 이의 죄를 짊어지시고 십자가에서 자신을 완전한 희생 제물로 봉헌하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비움으로 하늘나라의 문을 여시고, 죄와 죽음을 이겨 내신 하느님의 영광스러운 승리에 희망을 두는 종교이다. 그렇지만 마음이 가난한 이만이 오로지 하느님 나라를 본단다. 비록 현실은 힘들지만, 믿는 대로 이를 실천하면 그분 나라에서 영생을 누리는 이것은 분명 다 사실이리라. 그래서 궁핍한 가운데 생활비 모두를 헌금함에 넣는 과부 모습을 칭찬하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일용할 양식을 채워 주신다는 믿음이 매우 중요한지 가르치셨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게 생존의 문제라며 중요시 해온 이들은, 도덕 가치나 윤리 규범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가끔은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으면서도 도덕적으로 남에게 흠 없는 것처럼 보이고, 윗자리에 앉아 존경받으려는 위선적 삶이 곳곳에 드러난다. 예수님께 심한 질책을 받는 바리사이의 모습이 결코 나의 모습이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할 게다.

 

전능하신 하느님을 믿는 우리가 그분께 봉헌할 수 있는 것은 비단 돈만이 아닐 게다. 하느님께서 주신 재능과 시간 등 우리가 마음만 먹고 잘 따져보면 봉헌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많다. 적게 가졌기 때문에 하느님께 드릴 것이 궁핍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예수님 시대의 저 율법학자마냥 솔직하지 못하고 가식에만 빠진 위선적인 궁핍 때문에 드릴 것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 마음까지 보시는 그분께서는, 오늘 우리의 정직함을 늘 가까이에서 지켜보신다.

 

가난을 돈으로만 논할 수는 없듯이, 시간 부족도 가난이다. 주일에 중요한 건 미사 참여로 이를 만사에 앞서 실천한다면, 이는 그분을 향한 대단한 봉헌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봉헌을 보신다.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어떤 정성으로하는지를 보신다. 돈을 내는 것만이 봉헌은 아니다. 한 주간 받은 감사의 고마움도 함께 바치면 그 봉헌은 값지다. 평신도 주일을 맞이해 우리가 교회에 자신을 봉헌하고, 예수님의 선교 사명에 적극 참여하는 것 역시 참된 봉헌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봉헌,평신도,사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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