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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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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11-11 조회수393 추천수9 반대(0)

예전에 전례는 물 흐르듯이 진행되는 것이 좋다고 배웠습니다. 복사, 독서자가, 해설자가, 사제가 조금 틀릴 수 있지만, 그것을 지적하거나 고치려고 하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가 더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평일 미사 독서는 홀수 해와 짝수 해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가끔 독서자가 혼동할 때가 있습니다. 복음은 홀수 해와 짝수 해가 같지만, 독서는 다릅니다. 복음이 상황이라면 독서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때가 많습니다. 독서자가 짝수 해를 읽어야 하는데, 홀수 해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독서자도 인식하지 못하였고, 미사에 참례하신 분들도 인식하지 못하였습니다. 저도 전례는 물이 흘러가듯이 진행되는 것이 좋기에 자연스럽게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강론은 결론을 조금 다르게 했습니다. 진실은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진실은 이해와 용서라는 밭에서 꽃이 피기 마련입니다.

 

중국의 열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왕이 연회를 열고 많은 신하와 함께 즐겁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연회 중에 왕의 애첩이 한 신하의 희롱을 당하게 되었는데, 이 사실을 왕에게 직접 알릴 수 없었던 애첩은 신하의 갓끈을 몰래 끊어 왕에게 그 증거를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애첩은 끊어진 갓끈을 왕에게 가져가며 신하의 무례함을 암시했습니다. 왕은 이 상황을 지혜롭게 처리하기 위해 연회장에 불을 끄게 하고, 신하들의 갓끈을 모두 끊어 버렸습니다. 이를 통해 누가 범인인지 특정하지 않고, 동시에 사건을 무마하며 연회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고사는 왕의 냉정한 판단력과 지혜로운 처세를 보여주며,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모두의 체면을 살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이야기로 전해집니다. 솔로몬왕도 지혜롭게 판결했습니다. 아이의 생모와 아이의 계모가 서로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솔로몬왕은 그럼 아이를 갈라서 둘로 나누라고 했습니다. 아이의 계모는 그렇게 하자고 했지만, 아이의 생모는 아이를 계모에게 주겠다고 했습니다. 솔로몬왕은 아이를 주겠다고 했던 여인에게 아이를 주도록 했습니다. 아이의 죽음보다는 아이를 살리는 결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지혜로운 판단으로 죽어야 할 여인을 살려 주셨습니다. 사람들이 부정한 여인을 예수님께 데려왔습니다. 율법에 따르면 부정한 여인은 돌로 쳐서 죽이게 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 여인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묻습니다. “이 여인이 부정한 행위를 하다 잡혔습니다. 우리의 율법에 따르면 그런 여인은 돌로 쳐서 죽이게 되었습니다. 어찌할까요?” 예수님께서 죽이라고 하면 예수님도 율법주의자가 되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살리라고 하면 예수님은 율법을 어기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진퇴양난, 사면초가의 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그러자 사람들은 나이 많은 사람부터 돌아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너의 죄를 묻지 않겠다. 그러니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 예수님께서는 용서를 이야기하십니다. 하늘나라에서는 회개하는 죄인 하나를 기뻐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잃어버린 동전, 잃어버린 양의 이야기에서도 용서를 말씀하셨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바오로 사도는 교회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의 자세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대 자신을 모든 면에서 선행의 본보기로 보여 주십시오. 가르칠 때는 고결하고 품위 있게 하고 트집 잡을 데가 없는 건전한 말을 하여, 적대자가 우리를 걸고 나쁘게 말할 것이 하나도 없어 부끄러운 일을 당하게 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시어,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해방하시고 또 깨끗하게 하시며,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는 당신 소유의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 저는 바오로 사도가 말한 것처럼 열심히 봉사하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여름날에 성당에 와서 창문을 닫고, 하수구에 쌓인 오물을 꺼내는 형제님을 보았습니다. 아침 일찍 와서 큰 솥에서 육수를 끓이고, 친교실 청소를 하는 자매님도 보았습니다. 미사가 끝나면 성당에 남아있는 주보를 정리하고, 화장실 청소를 즐겁게 하는 수녀님도 보았습니다. 교회가 아름다운 것은 이렇게 말없이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제인 저는 그분들의 신발 끝을 풀어드리기에도 부족함이 많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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