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32주간 월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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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1-11 | 조회수74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연중 제32주간 월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 루카 17,1-6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라. 네 형제가 죄를 짓거든 꾸짖고, 회개하거든 용서하여라.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게 하는 실수나 잘못을 더도 덜도 말고 ‘딱 세 번만’ 참아주면 이 세상에서 살인이라는 범죄가 사라질 수 있다니,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이해하고 용서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되새기게 되지요. 그런데 이 세 번 용서하고 참아준다는게, 그가 잘 할 수 있도록 세 번이나 다시 기회를 준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나와 특별히 가까운 사이거나 나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이가 아니라면, 보통은 한 두번 용서해줬는데도 같은 죄가 또 반복되면 그런 사람은 ‘구제불능’이라며 그와 맺은 관계를 쉽게 끊어내버리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 사람을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내가 사랑하는걸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를 향한 내 사랑이 딱 두 번 참아주는 정도 밖에 안되며 그 이상은 안하겠다고 선언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런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을 성찰케 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나에게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는 그 사람을 비난하고 단죄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내가 알게 모르게 하는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나쁜 표양’이 되어, 그들이 무엇이 진정 올바른 것인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여 죄를 짓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특별히 조심하고 삼가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런 자기 성찰과 수덕생활은 게을리하면서 ‘남 탓’만 하려고 든다면 그런 사람은 연자매를 목에 걸고 깊은 바다에 내던져진 사람처럼, 죄의 수렁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 멸망케 될거라고 경고하십니다.
이처럼 자신의 말과 행동이 남에게 악표양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차원의 사랑이라면, 다른 사람이 나에게 죄를 지어도 용서하는 것은, 더 나아가 잘못을 저지르는 그를 꾸짖고 가르쳐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차원의 사랑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런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시지요. 하지만 그런 사랑을 실천하는건 참으로 어렵습니다. 나에게 잘못한 이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했다지만, 그가 나에게 준 상처가 아직 제대로 아물지 않아 마음이 쓰리고 아픈데 무조건 그를 용서하라고 하시니 억울하고 힘들어서 어렵습니다. 또한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 방어’라는 기제를 갖고 있기에 자기 실수나 잘못을 어떻게든 감추고 부정하며 합리화하려고 드는 법인데, 그래서 그의 실수나 잘못을 지적하면 ‘발끈’해서 나에게 덤벼들 게 뻔한데, 그처럼 위험한 ‘소 귀에 경 읽기’를 하라고 하시니 참으로 어렵습니다. 게다가 어차피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도긴개긴’인데, 그와 마찬가지로 부족하고 단점 많은 나에게 과연 그를 꾸짖을 자격이 있긴 한건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들이 ‘너나 잘 하세요’라고 손가락질 하지는 않을지 걱정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대한, 그분의 선하신 뜻과 놀라운 섭리에 대한 참된 믿음이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하십니다. 그 믿음이 형제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 마음을 붙들어 준다는 겁니다. 그를 변화시켜 올바른 길로 돌아서게 만드는 ‘기적’은 내가 일으키는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일으키시는 것이니, 우리는 그저 있는 힘껏 믿음을 부여잡고 그 ‘때’를 기다리면 됩니다. 우리 마음에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때가 찼을 때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 ‘회개’라는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 때가 올 때까지 우리 그리스도 신앙인들은 누군가를 걸려 넘어지게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쓰러진 이를 사랑과 자비로 일으켜 세우는 존재가 되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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