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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천국은 누구나 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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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4-11-14 조회수97 추천수0 반대(0) 신고

 

오늘 복음을 보면 제자들의 질문과 답변이 약간 동문서답하는 듯한 모습과도 같지만 그 이유가 무엇일지 한번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제자들은 천국이 언제 도래하는지 그 시간이 궁금했던 것입니다. 답변에서는 시간보다는 그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답변에 좀 더 근접한 질문이 되려면 천국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냐고 하는 형식의 질문을 드리는 게 좀 더 나은 질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동문서답을 하신 것 같은가요?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답변이 사실 숨어 있다고 봅니다. 그 시간에 대한 답변이 없다는 것은 그 시간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게 조금은 설득력이 있는 답이 될 것입니다. 실은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보여주시려는 의도도 다분히 포함하고 있을 듯합니다. 

 

좀 더 현학적으로 접근을 해본다면 설령 천국이 일찍 도래한다고 해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내가 천국에 갈 수 있는 합당한 조건이 되지 않는 그 천국은 자신에게는 비극과도 같은 것이 됩니다. 왜냐고요? 남들 다 가는 천국 아무리 그 좋은 천국이라도 자기가 가지 못하면 그 좋은 천국도 천국이 아니고 그건 자기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곳이 될 것입니다. 이 말씀은 역설의 미학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마침 오늘이 수능일입니다. 수능이라는 시험을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수능을 보는 이유는 이 학생이 대학에 와서 대학교의 수업을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는 정도의 최소한의 자격과 소양이 있는지에 대한 시험입니다. 그 조건에 미달되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학에 그냥 간다고 해서 그럼 만사가 다 오케이 될 것 같은지요? 설령 편법으로 어떻게 해서 자격은 실제 미달인데 합격을 했다고 해도 그 사람이 과연 그 대학에서 적응을 잘 하고 또 수업을 잘 따라 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저는 이와는 조금은 다르지만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많이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입니다. 제 학생이 어떻게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긴 갔는데 나중에는 그 대학에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것 말입니다. 남들이 인정하고 부러운 대학에 어떻게 합격은 했는데 그때까지만 행복했던 것입니다. 문제는 다음에 발생한 것입니다. 수능 시험 조건에는 부합해 자격이 인정돼 합격했지만 정작 그 속에서 학업을 수행해나갈 다른 여타 조건에서 미달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 학생은 남들이 모르는 고통 속에 시달린 것입니다. 남들은 특별한 변수가 없이 그 대학에서 잘 생활하고 졸업하면 자신의 진로는 확실한 보증이 될 거라고 보통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거의 다 인정할 수 있는 그런 대학입니다. 하지만 이 학생은 결국은 포기했습니다.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서 신앙의 또 다른 하나의 교훈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공부를 한 학생에게는 수능일이 일찍 다가와도 두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합격이 보장될 정도로 준비를 한 학생은 오히려 기뻐할 것입니다. 그 시간이 지나서 합격해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본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준비가 소홀하고 미진한 학생의 경우에는 두려움과 공포의 시간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똑같은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왜 이런 결과가 생기는지는 다 이해를 하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도 마치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천국이라는 나라가 언제 도래하는지 그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시기가 언제가 되더라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그 나라가 언제 오더라도 내가 그 나라에서 살 수 있는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게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천국은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과연 천국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요? 하느님과 같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곳이라면 반드시 우리는 이 세상에서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합니다. 사도행전 14장 22절에도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합니다. 바로 이건 우리의 삶 안에서 매일의 십자가를 얼마나 충실히 졌는가의 결과물로 돼 천국문 입구에 천국 합격자 명단에 붙어 있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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