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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 세상 끝인 저 세상 시작의 날에 / 연중 제32주간 금요일(루카 17,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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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11-14 조회수74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이 세상 끝인 저 세상 시작의 날에 / 연중 제32주간 금요일(루카 17,26-37)

 

죽음을 앞둔 많은 이들이 걸걸걸외치며 대단한 후회를 한단다. 사실 그들 대부분은 죽기 임박한 시각이 다가올수록 좀 더 사랑할 걸, 더 베풀 걸’, 더 참을 걸이라며 한탄한다나. 그들이 하는 이 말들은 아직 건강하게 살아 있는 우리들이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일깨운다. 죽음을 잘 준비하려면, 평소의 삶에 충실해야만. 죽음의 문제는, 곧 삶의 문제일 테니까.

 

이는 마치 천 년도 더 살 것처럼 온갖 탐욕과 집착에 젖었을 때는 아예 몰랐던 인생의 진정한 가치가, 모든 걸 내려놓는 그 죽음 앞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드러나기에. 그래서 이 소중한 가치를 놓치고 산 이는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그 때에는 이처럼 정녕 후회할 게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실천하며 산 이는 죽음 저 건너 세계도 결코 낯설지가 않을 게다.


예수님은 이 마지막 날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어도, 또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어도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 둘 것이란다. 이는 구원받을 이와 그러지 못할 이가 반드시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 구원은 신분보다 자신만이 지나온 고유한 삶이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진정으로 실현하였나를 두고 이루어진다나. 그래서 우리는 죽음의 순간을 두려워하고 그것을 잘 맞이하려고 평생을 준비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잘 준비해도 그건 순간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날을 노아의 홍수와 롯 시대의 유황불에 비유하신다. 하늘의 징조를 무시하고 세상일에만 정신이 팔렸다가 심판 날을 맞을 수도. 이렇듯 우리는 그날에 우리 삶의 진면목이 어떠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게고, 그날 숨죽여 각자 행실이 그분 판단에 다 맡겨지리라. 내일도 오늘과 같이 해뜨리라는 믿음으로 깨어 알차게 살자. 죽음은 어쩜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하느님의 심판으로 오니까. 홍수가 닥치고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지는 것처럼 이뤄지니까.

 

예수님께서도 그 세상 종말에 대해,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롯이 소돔을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도 그와 같을 것이다.”라고 이리 똑똑하게 일러주셨다. 이는 마치 종말이 무서운 재난으로 시작되는 것 같지만, 그게 언제 올지 모르니 늘 준비하라는 거로 보면 좋을 게다. 사람의 아들이 오는 그날도 아마 이와 같으리라. 그러니 사람의 아들이 오는 날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는, 오직 하느님께 마음을 두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분께, 오직 그분께로만 나아가야한다.

 

그리고 그 길에서 자꾸 뒤돌아서서는 안 된다. 뒤돌아보는 이는 과거에 발목이 잡혀 롯의 아내처럼 소금 기둥이 되어 버려 하느님께 영영 나아갈 수가 없을 게다. 종말 신앙은 우리 삶이 무의미하게 끝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어 완전함에 이르게 되리라는 믿음이다.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 뜻에 따라 왔다가 반드시 그분께로 돌아간다. 세상 종말이란 끝이 아닌 완성이다.

 

그리고 이 하나의 완성을 향한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사랑이신 하느님 말씀을 늘 바로 되새기면서 삶으로 받아들이자. 사실 하느님 나라의 도래는 그때의 사건이기에 실상 이 세상에는 그리 매이지는 않을 수도. 다만 어떻게 살았느냐의 그 결과일 테니까. 이 세상 인연과 체험들이 사라지는 게 아님을 믿자. 이렇게 믿는 이에게는 종말의 준비가 그토록 중요하다. 이 세상 끝과 저 세상 시작인 그날을 낙엽 지는 이즈음, 시간 내어 차분하게 한번쯤 되돌아보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죽음,탐욕,맷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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