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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묵상 : 엿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할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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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4-11-15 조회수82 추천수1 반대(2) 신고

 

며칠 전에 부산에 병원을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상 자가 운전을 할 상황이 아니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승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앉은 자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 두 여성분이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아마 아주 절친 사이 같아 보였습니다. 제가 엿들을려고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냥 소근소근 이야기하고 있었고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너무나도 리얼하게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관심이 가게 됐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을 할 순 없지만 여성 속옷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이야기라 해서 뭔가 호기심을 가지고 들은 게 아니고 두 사람 사이에 사용하는 언어에서 뭔가 재미난 현상을 발견해 나중에는 그게 흥미로워서 나름 묵상한 게 있었고 저도 그런 상황에서 사람은 평소에 어떤 언어를 말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한 여성은 여자 속옷 위에 착용하는 속옷을 이야기할 때 그 속옷의 명칭을 흔히 50대 아주머니가 사용하는 그런 단어였습니다. 또 다른 여성분은 마치 아주 젊고 세련되고 고상한 품격의 소유주가 사용하는 그런 명칭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표현하기가 남자라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하겠습니다. 단순히 이런 단어 하나의 사용으로 한 사람의 언어습관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조금은 무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날 저는 특이한 면을 발견했습니다. 조금 고상한 표현으로 속옷을 언급한 여성분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와 상스럽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약간 저속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 그 단어를 사용하는 여성분의 입에서 나오는 표현을 보면 조금 거친 게 사실이었습니다. 

 

오비이락인지는 모르지만 터미널에 도착해 내릴 때까지도 이런 저런 이야기로 계속 이야기를 해서 내릴 때 무의식적으로 그 두 여성을 잠시 힐끗 쳐다보게 됐습니다. 아마도 편견까지는 아니겠지만 확실히 뭔가 이미 얼굴에서도 고상한 표현을 사용한 여성이 좀 더 고상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저도 모르게 편견을 가진 채 생각을 해 그렇게 느낀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랬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내내 그 상황을 묵상해봤습니다. 절대적인 것은 아닌데 예전에 호주에 세계적인 언어학자가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고차원적인 단어와 어휘를 사용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만 놓고 봤을 때 평소 그 사람이 자주 빈번하게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의 다른 표현도 있는데 그 단어만 사용한다면 그 사람의 사고력의 크기는 클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미는 같지만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다른 언어로 변화를 주며 달리 표현을 하는 사람은 사고력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에 사고의 깊이가 이미 다르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어학자이기 때문에 평생을 그런 것만 연구한 분이라 아마도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점을 생각하면서 신앙 안에서 신앙인의 말이라는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신앙인이라고 해서 신자하고만 생활하는 게 아닙니다. 비신자와 생활하는 경우도 당연히 많이 있습니다. 그 대상이 누구인가는 배제를 하고 우리 신앙인인 사람에게서 나오는 언어가 과연 어떤 언어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순간 움찔했습니다. 제 자신을 한번 점검해봤습니다. 평소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만약 하느님께서 다 들으시겠지만 우리는 머리로는 인식을 하지만 실제로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만약 이걸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가 말로나 생각으로도 죄를 지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그 순간은 아니 보실 거란 생각을 가지기 때문에 그와 같은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이 생각을 하니 말도 말이지만 버스에서 두 여성이 나눈 이야기에서 고상한 언어를 사용한 여자분은 아마 신앙을 가진 분인지 아닌지 그 여부는 모르겠지만 그 여부를 떠나 객관적으로 누가 듣더라도 말만으로는 한 사람의 인격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뭔지는 모르지만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평소에 우리 신앙인은 정말 그 사람의 말과 생각을 어떤 수단으로든 표현을 하면 그 표현을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수준을 가늠할 수 있듯이 말도 하지 않고 또한 생각도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생각을 한 당사자는 자신은 자신의 양심의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을 것입니다. 

 

과연 내가 하는 말이 정말 그리스도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인지 하고 말입니다. 이런 생각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 저를 포함해 부끄럽지 않을 사람이 그리 적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평소 말이라는 건 실제 그 순간 말이 나오는 것으로 알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고 자신의 영혼에 담겨진 그 말이 그대로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은 다른 말로 그 사람의 영혼을 대변하는 것과도 같은 것입니다. 말은 또 다른 제 2의 인격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이번 일화를 통해 저도 평소 제가 사용하는 언어를 다시 한 번 더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 또 면밀히 저의 언어습관을 성찰해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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