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 |||
---|---|---|---|---|
이전글 |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3| | |||
다음글 | 예수고난회 박태원 신부님의 [11월 16일]살아있는 매일의 지혜(분노는 언제나 도움이 될 ... | |||
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1-16 | 조회수94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루카 18,1-8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거의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기도하라고 권고합니다. 그런 점은 천주교도 마찬가지지요. 하느님과 영적으로 나누는 대화인 기도를 자주 바쳐 그분과 사랑으로 깊은 친교를 맺으라고 권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기도를 꾸준히 바친다는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라는데 나 혼자만 열심히 떠드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기브 앤 테이크’라고 내가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하면 나도 그분으로부터 뭔가 얻는 게 있어야 하는데 대체 내가 얻는 게 뭔지 잘 모르겠기 때문입니다. 간절히 기도하며 청하는데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고 원하는게 이루어지지도 않으면 지치고 싫증이 나서 다 그만두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그래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다 그만두고 싶어지는 그 때가 바로 우리에게 하느님이 가장 필요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기울어져있던 마음이 그분의 침묵에 대한 반발심으로 튕겨져나오기 직전인 그 때가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기도의 응답이 자기가 바라는대로,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자신이 기도한 내용에 대해 즉시 응답받지 못하면 실망해서 기도를 중단하거나,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하느님을 원망하며 분노하거나, 심지어 내 기도를 들어줄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다른 신’(?)을 찾아가기도 하지요. 하지만 기도는 내가 원하는 걸 원하는 때에 이뤄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닙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기도의 참된 모범은 아메리카 원주민인 호피 인디언 부족이 지내는 ‘기우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척박한 애리조나 사막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물’이었는데, 그들은 땅에 씨를 뿌리고 나서 그 물을 얻기 위해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그런데 비를 내려달라는 기도를 몇 번 하다가 만 게 아니라 비가 내릴 때까지 계속 했다고 하지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기우제를 ‘100%의 확률’로 원하는 걸 얻어내는 ‘성공한 기도’의 사례로 꼽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원하는 걸 얻어내는 성공률의 관점으로 인디언 기우제를 바라보는 건 잘못된 시각입니다. 그들의 기우제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의 두가지지요. 첫째, 그들이 청한 것은 ‘비’였습니다. 일확천금이나 부귀영화처럼 세속적인게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세상에 내리는 비를 청한 겁니다. 이는 오늘 복음 속 비유에서 가난한 과부가 재판관에게 ‘올바른 판결’을 청한 것과도 일맥상통하지요. 그 과부가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청하지 않고 올바른 판결을 내려달라고 청한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께 기도할 때 내가 원하는대로, 나에게 이익이 되게 해달라고 떼를 쓸 게 아니라 하느님 뜻에 맞갖은 ‘올바른’ 것을 청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이자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이 바라시는 뜻을 이루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진실’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청할 수 있어야 내 기도가 100% 바라는대로 이루어지는 ‘성공한 기도’가 되는 겁니다.
둘째, 그들은 비가 내릴 때까지 계속해서 기도했습니다. 자기들이 바친 기도가 이루어져야 할 시간을 제멋대로 정하지 않고 그 주도권을 하느님께 맡겨드린 것입니다. 모든 일에 그 적당한 ‘때’를 정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언제 들어주실지는 하느님께서 결정하신대로 따르겠다는 순명의 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보채고 재촉한다고 해서 빨리 들어주실 하느님이 아닙니다. 당신이 보시기에 가장 좋은 때에, 모든 여건과 상황이 갖추어져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무르익은 그 때에 들어주십니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따르는 것이 그리스도 신앙인이 지녀야 할 참된 믿음입니다. 그런 믿음을 지닌 이들은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종말의 때에 ‘구원’이라는 올바른 판결을 받게 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