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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의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루카 19, 11 -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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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승 쪽지 캡슐 작성일2024-11-19 조회수79 추천수3 반대(0) 신고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19,17) 

오늘 우리가 들은 루카 복음은 마태오 복음과 그 내용에서 약간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태오는 어떤 주인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그 능력에 따라 각각 5, 2, 1 탈란트를 맡기고 떠나는 데 반해, 루카는 왕위를 받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한 귀족이 10명의 종들에게 똑같이 미나(=금화) 한 개씩을 주고 떠납니다. 루카는 비유의 배경에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4년경 헤로데 대왕이 죽었을 때, 그의 아들 아르켈라오가 왕위 계승의 청탁을 위해 로마로 갔던 사실(19,12), 백성의 대표단이 이를 반대한 사실(19,14), 그리고 실제로 아르켈라오가 로마 황제로부터 왕위를 받지 못하고 유다와 사마리아지방의 영주로만 책봉되어 돌아와서 왕위 계승을 반대하던 사람들을 모조리 참살한 사실(19,27) 등이 그것입니다. 

마태오복음에서는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나 능력이 다름을 전제로 하고, 각 사람에게 적당한 금액을 맡기고 주인이 떠납니다. 하지만 루카는 열 사람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 한 미나를 주고 떠납니다. 여기서 동일한 액수인 미나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언뜻 먼저 다가오는 생각은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각기 다른 능력이나 재능을 주셨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은 모든 점에 차이나 차별이 없다는 사실을 말씀하고자 하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느님은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시는”(마태5,45) 분이시기에 인간을 차별하지 않으십니다. 방점은 동일한 은총과 사랑을 받는 우리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삶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 봅니다. 그래서 첫째와 둘째 종의 태도보다는 다른 종의 주인에게 대한 태도에서 복음의 메시지를 찾아보아야 하리라 봅니다. 

다른 종은 돌아온 주인에게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주인님께서 냉혹한 사람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기에,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19,21)라고 고백하는 가운데 주인에 대한 평소의 두려운 생각과 이런 주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실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혹시 이 종의 모습에 견주어 여러분에게 있어서 하느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이 다른 종에게 있어서 주인 곧 하느님의 이미지는 전형적인 벌주고 심판하는 하느님 상을 갖고 있습니다. 더욱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는 두려운 하느님이시기에 혹시라도 맡긴 금화를 잃게 될 때. 받을 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곧 하느님에 대한 신뢰의 부족이며 그러기에 그 종의 삶은 전혀 여유롭거나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종이 선택한 삶은 안전 제일주의, 무사안일주의, 복지부동과 무책임으로 점철된 불행한 삶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네 삶 혹은 신앙생활이 이렇게 된다면 얼마나 불행하겠습니까? 이러한 다른 종의 삶의 태도나 방식을 참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신다고 생각하십니까? 한 마디로 다른 종은 잘못 알고 있었으며, 스스로 선택한 잘못된 삶의 태도나 방식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스스로 단죄한 결과를 낳습니다. 이 삶이 끝나면 모든 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으로 나아가기에 지금 주어진 삶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충실해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 자세와 그리고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하느님의 자비에 모든 것을 내맡긴다면, 이런 우리의 삶의 노력을 보시고 오히려 주님은 더 큰 상을 내려 주시리라 믿습니다. 작은 일, 곧 세상일에 충실하였으니, 더 큰일 곧 천상의 일을 맡기시리라 믿습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말합니다. “하루를 돌아볼 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했느냐이다. 적은 사랑으로 많은 일을 하는 것보다 많은 사랑으로 적은 일을 하는 것이 낫다.”라고 했습니다. 하루가 아닌 일생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모든 일을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기쁨으로 시작하고 모든 일을 감사하며 마친다면 그것이 곧 하느님께서 가장 바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요15,16)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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