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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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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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1-04 | 조회수100 | 추천수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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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요한 1,35-42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어제 복음에서는 요한이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을 보도록 이끌었다면,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직접 당신을 보도록 우리를 초대하시는 내용입니다. 요한의 두 제자는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라는 스승의 증언을 듣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나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돌아서시어 “무엇을 찾느냐?”하고 물으시지요. 그들은 아직 예수님에 대해 잘 몰랐기에 자신들이 예수님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바라봐야 할지, 그분을 믿고 따름으로써 자신들이 그분께 기대하고 바랄 수 있는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예수님 곁에 머물러보기로 합니다. 그분과 함께 먹고 자고 하며 가까이에서 지켜보다보면 자기들이 예수님으로부터 무엇을 찾아야 할지 자연스레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하지만 나와 친밀한 관계가 아닌 사람에게 곁을 내주는 건 너무나 불편한 일입니다. 더구나 그 사람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본다고 생각하면 마치 감시를 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부담스럽고 싫지요. 그러나 예수님은 기꺼이 그들에게 당신 곁을 내어주십니다. 당신에 대해 더 알기를 바라는 그들에게 필요한 건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다른 이로부터 전해듣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대끼고 살아봄으로써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것임을 아셨기에 “와서 보아라”하고 그들을 부르신 겁니다. 예수님의 초대에 응한 제자들은 그분과 함께 살아봄으로써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구세주 그리스도이심을 깨닫고 예수님의 제자가 됩니다.
사람은 좋은 것을 ‘보면’ 그것을 자기가 아끼는 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어하는 법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심을 알아본 안드레아는 형 시몬에게 자기가 본 예수님의 모습에 대해 전하며 그를 예수님께 데려갑니다. 이 때 안드레아가 시몬에게 하는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그는 메시아를 ‘보았다’고 하지 않고 ‘만났다’고 하지요. 상대방을 그저 보기만 하는 것은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하듯 그의 겉모습을 대충 훑어보는 것으로 그치지만,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은 그와 나 사이에 친밀한 인격적 관계가 맺어졌음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 사람과의 관계 안에 깊이 머무르기에 그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아보게 되고, 그 ‘봄’을 통해 마침내 그와 하나로 일치되는 겁니다. 그랬기에 안드레아는 당당하게 자기가 만난 분이 메시아라고 선포할 수 있었고 자신있게 자기 형을 예수님께 데려갈 수 있었지요.
주님 공현 대축일을 하루 앞둔 오늘, 나는 주님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보면 좋겠습니다. 나의 봄이 그저 호기심으로 주님을 멀찍이서 구경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는 않은지, 그분과 함께 머무르기 위해 나의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얼마나 들이고 있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 내가 주님과의 관계 안에 깊이 머무르며 그분의 참모습을 보기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그분이 나의 ‘주님’이심을 분명하게 알아보게 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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